[사설] 바이든 외교라인, ‘전략적 인내’ 답습할까 우려스럽다

입력 2020-11-25 04:05
내년 1월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바이든 당선인은 23일(현지시간)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내정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대북 강경파 블링컨의 기용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정부 때와 궤를 달리할 것이 보다 분명해졌다.

블링컨 내정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톱 다운 방식의 북핵 문제 해결에 회의적이다. 지난 9월 방송 인터뷰에서 세 차례의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을 ‘공허한 회담’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계 최악의 폭군’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런 폭군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었다. 액면 그대로라면 바이든 시대엔 북·미 간 정상회담은커녕 장관급 회담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상하기 싫은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남북 관계에 전혀 진전이 없었던 오바마 시절로의 회귀는 남·북·미 모두에 득 될 게 없다. 북·미 관계 정체는 남북 관계 후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남북이 느끼는 고통이 훨씬 크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트럼프 시대보다 바이든 시대에 북·미 관계가 후퇴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절실하다. 예상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변화시키려면 먼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선 비핵화 후 일괄타결’ 방식으로는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불가능하다는 게 트럼프의 교훈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페리 프로세스’가 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