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장 후보 또 못 내면 정치 혐오감 비등할 것

입력 2020-11-25 04:0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가 25일 4차 회의를 열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논의를 재개한다. 지난 18일 3차 회의에서 후보 추천에 실패한 뒤 활동을 중단했다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다시 회의가 열리게 된 것이다. 추천위가 재가동되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여전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논의됐던 후보 10명에 대해 심사를 다시 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후보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어렵사리 재개되는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려면 결국 양쪽 모두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여당은 추천위 회의가 열리는 당일에 곧바로 법사위에서 야당 몫 추천위원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접어야 한다. 추천위 회의를 지켜보지도 않고 법 개정에 나서는 것도 성급하지만, 온전히 시행도 해보지 못한 법을 여당 입맛대로 뜯어고쳐 공수처장 후보를 낸들 권위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논란이 많은 신설 권력기관인 만큼 자체 시간표에 얽매여 무리하게 법 개정을 할 게 아니라 막판까지 여야 합의로 출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추천위 회의에서 혹시라도 야당이 제시하는 괜찮은 후보가 있다면 새 후보에 대한 논의도 열어놓길 바란다.

야당도 비토권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부여된 것이지 ‘묻지마 반대’를 위한 수단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의 반대로 3차 회의 때 6명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한 명도 나오지 못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의심되기에 충분하다. 야당이 그렇게 반대만 일삼으면 여당의 법 개정 명분만 키워줄 뿐이다. 정말 괜찮은 새 후보를 발굴한 게 아니라면 논의를 원점으로 가져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후보들에서 최대한 좋은 이를 골라내기 바란다. “절대적인 후보가 아닌 상대적으로 능력 있고 결점이 적은 사람을 뽑는 것”이라는 국회의장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야당이 합리적 태도로 후보 추천에 합의할 경우 국민도 야당을 달리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