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개미들’(개인투자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준 건 제약·바이오와 인터넷 서비스를 비롯한 언택트(비대면) 관련주다. 여기에 전기차·수소차로 대표되는 친환경과 반도체 등이 뒷심을 실으면서 코스피가 천장을 뚫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저점 이후 언택트·바이오 업종의 빠른 회복이 증시 반등을 주도했다”며 “9월 이후에는 운수창고 등 경기순환주가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와 언택트 업종은 백신 개발 기대감과 비대면 문화 정착 등을 토대로 개인들의 매수세를 흡수하며 연저점 대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3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각각 두 업종을 대표하는 의약품과 서비스업은 75.5%, 46.6% 상승하며 상승률 1, 2위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서비스업은 개인이 4조8000억원을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7000억원, 1조1000억원을 팔았다.
9월 이후에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업종 순환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급등했던 바이오·언택트 업종은 뒤로 물러나고 경기순환주가 도드라졌다. 9월 1일부터 이날까지 흐름을 보면 자동차를 포함하는 운수창고가 29.1%, 철강금속이 17.3%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원화 강세 등으로 전기전자주 중심으로 대규모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전 증시 호황기였던 2017년은 IT와 증권, 건설, 금융업종 등이 주도한 반면 올해는 IT 외에 기계, 운수, 화학업종 등이 주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세계적 친환경 흐름으로 전기차와 수소차가 각광받으면서 자동차(운수)와 2차전지(화학) 부문이 새롭게 부상한 측면이 있다. 올해 코스피는 상승 국면에서 26.0% 오르며 이전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2011년(8.6%), 2017년(10.6%)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순환주가 주목받는 건 글로벌 경제 및 국내 기업 실적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보고서에서 “현 시점에선 추가 상승 여력이 높고 내년 실적 개선 기대가 높은 보험, 은행, 철강 등 성장형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겨울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기존 상승을 주도했던 2차전지, 언택트 관련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