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동학개미의 힘…‘사상 최고’ 치솟은 코스피

입력 2020-11-24 04:00
하나은행 직원이 23일 코스피 종가가 표시된 서울 중구 본점 딜링룸 내 스크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2% 오른 2602.59로 장을 마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2018년 1월 19일 이후 2년10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2598.19)를 넘어선 것이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11포인트 오른 873.29로 거래를 마쳤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떨어진 1110.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윤성호 기자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급락했던 코스피가 23일 2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함께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적극적 가세, 미국 대선 이후 원화 강세 속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연중 저점인 지난 3월 19일 1457.64와 비교해 78.6%(1145.65) 상승한 수치다. 코스피는 2017년 증시 활황 국면을 거쳐 2018년 1월 29일 2598.19를 정점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내리막을 걸었다.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올해 들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의 충격으로 날개 꺾인 새처럼 하염없이 추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초토화되다시피 한 환경에서 코스피 상승세를 가능하게 한 건 풍부한 유동성이다.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재정지출 등으로 시중에 풀린 돈은 저금리 상황에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함께 주식시장으로 더욱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실탄을 주로 투하한 이는 예전 외환 및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동학개미로 불린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공포 장세 때 매도하기 급급했던 이들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적극적으로 매수 공세를 퍼부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3월 중순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 이들은 싼 주식을 쓸어모았다. 위기 국면 후에 큰 반등이 온다는 학습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올해 1월 2일 29조9000억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해 3월 24일 40조원(41조원), 6월 26일 50조원(50조6000억원), 8월 31일 60조원(60조5000억원)을 각각 돌파했다. 이 증시자금은 지난 18일에는 사상 최대치인 65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역대 최고점 경신을 할 수 있었다”며 “동시에 코로나19 상황에서 특수를 누리며 실적이 좋은 회사들도 있었던 게 함께 작용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위기 초기 증시는 수혜 업종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오’와 네이버·카카오로 대변되는 ‘언택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탔다. 11월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주들이 언택트주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33% 오른 6만7500원으로 마감하고 종가 기준 신고가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6만7800원까지 올랐다.

주가 강세 국면에서 다소 소외됐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물밀 듯이 코스피로 몰려들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9885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5일부터 13거래일간 누적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6조3649억원이다. 비교적 양호한 방역 수준과 함께 원화 강세는 외국인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내린 1110.4원에 마감했다. 한 달 전보다 원화 가치가 약 40원가량 올랐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