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우려 다시 불러낸 코로나 ‘대면 서비스 부진’

입력 2020-11-24 04: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면 서비스 부진’이 물가 발목도 잡고 있다. 서비스업 수요 위축이 물가를 더 떨어뜨리고 있는 것인데 최근의 가격 하락이 구매력 확대보다는 생산 침체, 고용 감소 등 극심한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연초 1%대였던 물가 상승률은 5월 마이너스(-0.3%)를 찍고 10월 0.1%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2% 물가안정목표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물가는 지난해 9월(-0.4%) 사상 첫 마이너스를 찍으며 저물가 우려를 불러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부 복지 정책 등으로 공급 가격 자체가 내려가는 원인이 있어 디플레이션(수요 위축 저물가에 따른 경제 대공항)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저물가 문제를 다시 키우고 있다. 부정적인 수요 위축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상품 소비는 늘리고 있지만 대면 서비스업은 재개하지 않는 현상이 물가를 더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 11일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품목 중 70.3%는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중 45.4%는 서비스 품목인 숙박료, 음식서비스비, 항공료, 단체여행비, 운동강습료 등이다.

근원물가는 올해 1~2월 0%대 후반을 기록했으나 지난 10월 -0.3%까지 추락하면서 외환위기인 1999년 9월(-0.4%)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한은은 “감염병 확산으로 여행, 숙박, 외식 등 대면 서비스 중심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물가 상승률이 상당 폭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면 서비스 부진은 난제로 부상 중이다. 상품 소비는 사람들이 방역 내에서 ‘집콕 소비’ 등으로 수요를 전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반면 대면 서비스업은 제자리걸음이라 성장률 저하, 고용 악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물가에 의한 경기 침체 우려까지 낳고 있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2일 “낮은 물가 상태가 이어지면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 정책 집행, 감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물가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이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