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남북관계, 북측의 연락사무소 폭파 사과 전제돼야

입력 2020-11-24 04:03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새로운 남북 관계는 연락사무소 통신 재개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북측의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비판은 하면서도 “무너진 연락사무소를 적대의 역사에 남겨두지 않고 더 큰 평화로 세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재계 인사들과 만나서도 남북 경협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 말대로 교착된 남북 관계를 하루빨리 진전시켜 평화의 길로 이끌어야 함은 당연한 일일 테다. 미국이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등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의 새판을 짜기도 좋은 때다. 이 장관도 이를 염두에 두고 남북이 선제적으로 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않고 사무소를 재개하거나 경협 을 진전시킬 수는 없다. 5개월이 지났지만 우리 세금 179억원이 들어간 연락사무소가 속절없이 폭파되는 장면은 아직도 국민들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북한은 남측이 보란 듯 폭파 장면을 버젓이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남북 합의가 여러 차례 깨지긴 했지만 화해의 상징물이 폭파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용납할 수 없는 폭거이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북측이 사과를 해도 아무나 해선 안 되고 폭파를 직접 경고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야 마땅할 터다.

남북 관계 진전에 있어 북측의 부당한 행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관계가 좋아진들 북측 마음먹기에 따라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만행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면 그 관계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측의 사과 없는 남북 관계 진척은 우리 국민들한테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