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악화된 민심에 기름을 끼얹듯 분노를 키우는 발언이 정부·여당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어떤 말을 했을 때 충분히 예상되는 부정적인 반응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내뱉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 집값 폭등과 전세난 때문에 화가 나 있는 많은 사람들은 고위 당국자의 발언에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즉각 폭발하는 분위기인데도 왜 이런 민심을 살피지 않고 언행에 조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자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20일 서울의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본 뒤 기자들에게 “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아파트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진 의원은 “언론을 통하면 본뜻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매번 놀랍다”고 했는데, 언론 탓을 할 일이 아니다. ‘빌라형 임대주택이 그렇게 좋으면 당신부터 거기 살 것이지, 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한테 빌라에 살라고 하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같은 날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라디오에 나와 “국민소득이 1인당 3만 달러가 넘어가는 우리 경제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 임대차 3법”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촉발된 전세난을 조금만 참으면 사라질 통증 정도로 여긴 셈이다. 이런 인식에서 실효성 있는 전세난 해결책이 나올 턱이 없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전세 대책은 빌라 위주로 물량을 대는 계획이어서 수도권의 극심한 아파트 전세난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방송에서 “(박근혜정부가) 대출 받아서 집 사라고 내몰다시피 하고 임대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결과를 이 정부가 안게 됐다”고 말했다. 집권 4년차인데도 집값 급등의 책임을 전 정권에 돌린 것이다. 남 탓과 아집을 버리고 역지사지하면서 비판과 지적에 귀를 열어야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정부·여당은 반성하고 자중하길 바란다.
[사설] 국민 분노 키우는 부동산 발언 자제하라
입력 2020-11-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