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이 24일 유교문화박물관에서 ‘군자유종(君子有終), 선비의 죽음’을 주제로 정기 기획전(포스터)을 개최한다.
다소 무섭고 두려울 수밖에 없는 소재인 죽음을 소재로, 그것도 조선 시대 선비들의 죽음을 주제로 정해 특별하다. 올해는 조선시대 군자의 표상인 퇴계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45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해 이번 전시의 의미는 더욱 깊다.
일반인들에게 죽음은 두렵고 외롭고 슬픈 주제다. 그런데 이번 전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서경’(書經)에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다섯 가지 복(福) 가운데 하나로 ‘고종명’(考終命)’을 말한다. 자기 할 일 다 하고 죽는 것을 행복한 죽음이라고 여긴 것이다. 전시 주제인 ‘군자유종’(君子有終) 역시 ‘덕을 베풀던 군자가 마침내 끝 맺음으로 죽음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행복한 죽음을 시사한다. 퇴계 선생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 제자 간재 이덕홍이 뽑았던 점괘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조선 시대 유학자들의 죽음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죽음이 결코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해준다. 1부에서는 유교 경전 속에서 죽음에 대해 전하는 일관된 인식, 죽음은 곧 휴식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2부에서는 조선 시대 선비들의 죽음을 담은 일기와 ‘유훈’(遺訓)을 통해 이들이 평온하게 삶을 마감하는 모습을 담았다. 3부에서는 떠나간 유학자들을 절제된 예로써 보내는 남겨진 자들의 기록을 담았다. 4부에서는 삶을 떠난 유학자의 사상과 학문을 계승하고 추모하는 후손과 제자들의 기록을 통해 유학자의 몸은 죽었으나 그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는, ‘사이불후’(死而不朽)의 메시지를 담았다. 5부에서는 유학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죽음의 사례로, 서세 450주년을 맞이한 퇴계 선생의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았다. 웰빙(Well-Being) 시대를 넘어 웰-다잉(Well-Dying)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조선 시대 선비들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의 하나다.
이번 전시는 24일 개막 행사를 시작으로 내년 4월 30일까지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