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이 지난달 열병식에서 공개한 미사일 등 신형 무기들이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10여 차례 시험발사를 하며 사거리와 정확도를 늘리고 고체 연료도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성능 면에서는 의심이 간다”면서 “미국이 우려할 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분석은 상당수 군사 전문가의 평가와 차이가 있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가 약 1만3000㎞로 추정되는 ‘화성 15형’보다 길어졌고, 발사 성능도 향상돼 ‘화성 16형’으로 분류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1기에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하는 다탄두 ICBM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11축 22륜(바퀴 22개)인 신형 ICBM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외부 수입이 아니라 자체 생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연료 고체화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사일 연료 고체화는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미군의 감시·정찰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미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돌아보면 미국 러시아 중국 한국 등 거의 모든 정보기관과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잘못을 범했다. 이들은 북한이 2020년대 말이나 돼야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고 봤지만 북한은 2017년에 실행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군의 사기를 고려했거나 미군의 분석 능력을 숨기기 위해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 출범을 앞둔 전환기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냥 흘려들어선 안 된다.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한 핵 문제는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참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등 군 수뇌부의 의견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무섭게 고도화하는 이때 사실상의 북한 방치 정책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정세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새 행정부에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설] 주한미군, 北 핵·미사일 전력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
입력 2020-11-2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