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아줄게 vs 더 불려줄게

입력 2020-11-23 04:06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에서 여름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던 구창모(23)와 포스트시즌 무패 행진으로 두산 베어스의 늦가을을 지탱하는 크리스 플렉센(26·미국)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재대결한다. 이미 2차전에서 한 차례 대결했던 둘의 승부는 플렉센의 승리로 끝났다. 구창모는 당시의 패배를 설욕할 각오로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23일 오후 6시3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5차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중단되지 않고 200일을 넘겨 진행된 2020시즌의 대장정을 끝낼 마지막 3연전의 시작이다. 정규리그 챔피언 NC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7전 4선승제인 한국시리즈에서 2승 2패로 맞서 있다. 누구든 남은 3연전에서 2승을 선점하면 우승한다. NC는 창단 첫 우승, 두산은 통산 7승을 노리고 있다.

그 선봉에 구창모와 플렉센이 섰다. 지난 18일 2차전에서 맞대결하고 닷새 만의 재회다. 두산의 5대 4 승리로 끝난 2차전에서 플렉센은 6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하고 선발승을 챙겼다. 구창모는 같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7피안타(1피홈런) 3실점(2자책점)하고 패전했다. 구창모에게는 패전을 만회하는 동시에 플렉센에게 설욕할 기회가 생겼다. 구창모와 플렉센 모두에게 올해 마지막 선발 등판일 가능성이 커 모든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구창모는 NC의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 길을 이끈 상반기 마운드의 핵심이었다. 15경기에 등판해 93⅓이닝을 소화하면서 9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다. 올해 NC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무패 투수는 구창모가 유일하다.

구창모는 7월 27일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빠진 뒤 8~9월을 재활했고, 리그 폐막을 앞둔 10월 종반에 복귀해 구원과 선발로 한 차례씩 등판해 몸을 풀었다. 부상 이전의 구위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가능한 선발 자원으로 평가된다.

NC는 지난 21일 4차전에서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마무리로 올려 2⅔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지게 하고 3대 0 승리를 지켰다. 선발진 운영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창모의 승리는 절실하다.

플렉센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4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21의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속 150㎞을 넘나드는 강속구로 포스트시즌에서만 무려 24개의 삼진을 잡았다. 22⅓을 던지면서 피안타(14개)보다 많은 탈삼진을 잡은 플렉센의 위력은 포스트시즌 최고로 평가할 만하다.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20승을 찍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포스트시즌에 무승으로 부진하고, 베테랑 유희관·이영하가 가을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플렉센의 가치는 더 상승했다. 투구를 마치고 포효하는 플렉센의 열의도 동료들에게 흐뭇한 미소와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