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학원서 사흘새 30여명 확진

입력 2020-11-21 04:05
중등 임용고시 시험을 하루 앞두고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확진자가 발생한 학원. 연합뉴스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18~19일에 수강생 2명이 확진된 것을 시작으로 이날 오후 2시까지 32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동작구는 관련 밀접접촉자가 214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들의 거주지역이 다양한 점도 걱정거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노량진 학원 관련 확진자들이 전국 7개 시·도 거주자라고 밝혔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북, 광주, 충남, 충북 등에 분포했다.

이들 대부분이 수험생이어서 당장 21일 임용시험을 통해 감염이 확산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시험을 강행키로 했다. 확진자는 응시할 수 없고, 밀접접촉자는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할 계획이다. 수험생 김모(24)씨는 “시험장에서 6시간 정도 밀폐된 공간에 있어야 하는데, 매우 불안하다. 1년에 한 번뿐인 기회여서 증상이 있어도 약을 먹고 응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그간 축적된 코로나19 ‘전파 에너지’가 최근의 3차 유행 국면에서 젊은층이 모이는 학원가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발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젊은층의 활동량이 많다 보니 바이러스도 더 빨리, 널리 퍼진다는 것이다. 노량진발 집단감염 외에도 연세대 선문대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며 이날 40대 이하 확진자 비율은 60%를 넘겼다. 경찰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젊은층 밀집 시설을 중심으로 다음 달 2일까지 마스크 착용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상 감염이 나타난다는 점 또한 3차 유행의 특징으로 지목됐다. 대학, 학원, 직장, 체육시설 등 일상 공간을 매개로 한 감염이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 8~9월 수도권에서의 2차 유행이 완전히 억제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20일 “작은 집단감염들이 산발적으로 다수 발생하는 식으로 일상생활 곳곳에서 클러스터(감염집단)가 나타난다”고 코로나19의 최근 동향을 설명했다. 최근 1주일가량의 통계를 보면,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는 드물지만 10~20명 규모의 발병집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비수도권 확진자도 100명대에 올라선 터라 감염고리 역시 전국에 넓게 퍼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 8~9월 ‘2차 유행’이 이번 ‘3차 유행’의 불씨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감염이 완전히 억제되지 못하고 잠복해 있다가 조금씩 늘어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지난 19일 “8월 광복절 집회 당시의 잔존감염이 최근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해 정치적 해석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하지만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특정한 집단에 의한 확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경모 박재현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