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급성장 중인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며 ‘영토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지급결제 권한까지 갖겠다고 나서면서 한국은행과도 정면충돌했다.
19일 현재 금융위가 국회를 통해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카카오와 네이버를 비롯한 빅테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그 권한을 금융위가 갖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정안은 빅테크 기업이 합병·분할부터 전자금융업 양도·양수까지 모든 단계에서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속도도 문제다.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에 업체가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고도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칼자루’를 쥐는 금융위의 위상은 높아진다.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전통 금융업권을 넘어 ‘금융’을 연결고리로 대형 IT기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결제원 등 청산기관(금융거래 시 결제를 보증하는 기관)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을 행사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넣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디지털 지급결제 서비스를 금융위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현행법(한국은행법)상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가 오랫동안 한은의 고유 영역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3월부터 협의에 참여해온 한은은 업무 충돌, 민간 자율성 침해 등을 들어 반대했지만 금융위는 입장도 회신하지 않은 채 의원입법 형태로 원안을 밀어붙였다.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업체들로서는 중복 규제 우려가 생긴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상전’이 둘이나 생기는 셈이다. 금융위와 한은 간 주도권 싸움에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새롭게 권한을 갖게 된 금융위가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 종전보다 엄격한 규제 기조를 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는 국회에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공개하고 중앙은행의 고유업무를 침해하는 해당 조항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