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들어 소비쿠폰을 두 차례 발급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자 정부의 섣부른 판단에 따른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따라 내년에 2배가량 늘어난 관련 예산도 고민거리다.
정부는 지난 8월 숙박·공연·체육·외식 등 8대 소비쿠폰을 처음 발급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된 8대 소비쿠폰은 1618만명을 대상으로 소비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소비 진작책이다. 하지만 8월 중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발급 이틀 만에 중단됐다. 그러다가 코로나 상황이 다소 잠잠해지자 지난달 22일 소비쿠폰 지급을 재개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틀 연속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비쿠폰을 발급할 때마다 확진자가 치솟자 지나치게 성급하고 안이한 조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당분간 8대 소비쿠폰 정책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9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거리두기 1.5단계에서는 철저한 방역 조치 아래 소비쿠폰 사업이 지속될 것”이라며 “확산세가 심해진다면 그때 가서 부처들과 함께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경제 상황에 여유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내년에 2배가량 증액된 소비쿠폰 정책의 집행 가능성을 보다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2346만명에게 소비쿠폰 발행으로 총 4906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담았다. 쿠폰의 수량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외식쿠폰은 100%, 숙박·체육쿠폰은 50% 확대 편성됐다. 만일 3차 추경안으로 발행된 쿠폰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기존 발행량의 185.1%에 해당되는 수량이 추가로 발행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올해 사업 계획이 이미 삐걱대고 있고, 내년 사업 추진도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집행이 늦어진 만큼 연말 집행률 상승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검토보고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방역태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2021년에도 사업추진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소비쿠폰 사업을 대폭 증액한 것에 대한 집행 가능성과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쿠폰 사업에 점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별도의 기준 및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농수산물·외식쿠폰은 향후 5년간 연도별 투자계획이 반영된 중장기 사업으로 분류된다. 국회 예결위 검토보고서도 “쿠폰사업은 사업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기 곤란하기에 각 쿠폰사업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