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줄고 소비성향 역대 최악에도… 부동산세만 늘었다

입력 2020-11-20 04:02

지난 3분기 근로소득과 평균소비성향이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지만 부동산 양도·취득세 등의 지출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국민의 호주머니가 얇아진 가운데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세금 지출만 커진 셈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취지와 달리 저소득층의 소득을 되레 감소시키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020년 3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통해 7~9월 가구당 월평균 비경상조세가 전년 대비 47.1% 급증했다고 19일 밝혔다. 동분기 기준 2014년(71.7%)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비경상조세에는 양도소득세, 취·등록세 등이 있다는 점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공시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재산세 등이 올라 경상조세도 5.6% 증가했다. 이 역시 3분기 기준 2018년(34.2%)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다만 전체 표본 중 관련 세금을 내는 가계는 일부분이라 높은 증가율에도 가구당 평균 액수는 크지 않았다. 월 평균 경상조세는 29만1000원, 비경상조세는 2만2000원이다.

다른 지출은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1차 재난지원금 효과가 끊기며 월 평균 소비지출은 294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69.1%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3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530만5000원으로 1.6% 증가, 전분기(4.8%) 대비 증가세가 대폭 둔화했다. 고용 악화로 근로소득이 1.1% 줄면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분기는 민간 부진에도 1차 재난지원금으로 전 계층 소득이 올랐는데, 3분기에는 2차 지원금이 일부 지급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저소득층(소득 하위 40% 이내) 가구의 소득은 전분기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정부 지원금이 오히려 고소득층에 쏠리기도 했다. 아이가 많은 소득 상위 40% 이내(4, 5분위)에 아동돌봄비 등이 지원됐다.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은 각각 4분위 63.5%, 5분위 40.3%로 1분위(15.8%), 2분위(27.5%), 3분위(17.3%)보다 높았다.

소득 양극화를 보여주는 균등화소득 5분위 배율은 4.88배로 전분기(4.23배)보다 벌어졌다.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시장소득 격차는 8.24배였는데, 정부 지원금이 양극화를 겨우 좁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