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지금 한눈파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야”

입력 2020-11-20 04:01
정세균 총리가 지난 13일 민생 탐방 중 서울 용산구 서울역 3층 고객접견실에서 잠깐 시간을 내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정 총리는 차기 대통령의 자격 조건으로 위기관리능력과 미래 비전 제시, 소통을 꼽았다. 윤성호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6선 국회의원과 여야 당대표,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까지 ‘대통령만 빼고 다 해 본’ 그의 이력을 보면 준비된 대권 주자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총지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방역의 선봉장으로서 위기상황에서의 리더십도 평가받고 있다. 그는 그러나 손사래를 치고 있다. 품격과 덕망을 갖춘 ‘코로나 총리’답게 그는 “지금 한눈파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국민이 편해야 나라가 편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그와 지난 13일 동행취재 도중 20여 분간 서울역 3층 고객접견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바쁜 일정을 감안해 이후 서면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아울러 대한민국 현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의 조건이나 덕목은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가 지금 떠맡고 있는 책임은 막중하다. 우선 방역을 잘해야 하고 경제도 돌봐야 한다. 국민통합도 해야 한다. 지금 한눈파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지금은 현재 나에게 주어진 과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게 나의 진정성 있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제일 중요한 자격요건은 위기관리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태평성대에는 누구든 큰 문제 없이 감당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위기상황에선 제대로 관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위기를 벗어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미래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국민 마음을 모아서 함께 가려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 소통능력도 갖춰야 한다. 국민이 함께하고, 신뢰하고, 같이 갈 때 위기 극복이 가능하고 미래 희망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소통능력이 있어야 한다.”

-조 바이든을 선택한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느낀 소감은.

“도널드 트럼프와 바이든은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분들이다. 4년 전에는 트럼프 스타일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바이든 스타일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시대정신으로 봐야 한다. 바이든이 가진 통합과 포용의 시대정신을 미국 국민이 선택한 것이다. 바이든의 등장으로 다시 미국이 품격을 갖고 세계적인 지도국가 역할을 복원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세계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고 본다.”

-향후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 대선이 종결 국면으로, 우리 정부는 현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기 바이든 정부와도 긴밀하게 공조해 남북, 북·미 대화의 선순환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현 대북 제재 상황을 감안해 먼저 인도적 분야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 구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지금 한·일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어떤 혜안을 갖고 있나.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대로 해결하되 필요한 실질 교류·협력은 지속하는 투트랙 기조를 견지해 왔다. 그간 주요 현안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 당국 간 협의가 계속됐고, 앞으로도 양국이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법 도출이 쉽지는 않겠지만, 양국 간 진지한 대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지혜로운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최근 사사건건 갈등이 심화돼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대통령께 인사 조치를 건의할 생각은 없는가.

“인사문제 얘기는 조심스럽다. 아무튼 공직자는 국민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 내가 내각을 통할하는 입장인데, 그냥 방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두 번씩이나 공개적으로 얘기했고 그 전에도 다른 방식의 의사표시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런 상황이 지속돼서 국민 뵐 면목이 없다. 정말 더 이상 국민 불편하게 안 했으면 좋겠다.”

-윤 총장의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가 매우 높게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총장의 기본은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는 것이고 그래야 검찰의 결정이나 수사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 그런데 검찰이 정치를 한다. 그것은 절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찰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 그것도 현직이. 의도했든 안 했든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총장은 본연의 책무를 제대로 해야 된다. 그 다음에는 국민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검찰 개혁을 완수할 책임이 있다. 그런 일을 해야 한다. 본인을 위해서도 국민에게도 불행한 상황이다.”

-올 초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을 때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던 대구 한복판에 직접 내려가 3주 동안 머무르면서 현장지휘를 했다. 당시 감회 등에 관해 얘기해 달라.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 현장에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내려갔다. 대구·경북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예상보다 빨리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었다. 대구·경북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를 이겨내는 것을 보면서 위기 극복의 희망을 경험했다.”

-현장에서 많은 민원인을 만날 텐데, 그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어떤 노력을 하는가.

“우문현답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 삶 속에서 필요한 것, 국민이 원하는 것, 문제가 있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국가이고 공직자의 첫 번째 덕목이다. 현장에서 나온 얘기는 바로 관계부처를 통해 검토하게 하고, 즉각 추진할 것과 보완 후 정책 과제화해서 추진해야 할 것 등을 나누어 정책으로 구현하고 있다.”

-매주 ‘목요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성과는.

“목요대화는 사회 각계각층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 난제들을 해결해보고자 취임 전부터 제안했던 사회적 대화체다. 매주 목요일, 재계 주요 인사 및 노조 대표들과의 만찬을 노사정 상생 모델로 발전시킨 스웨덴의 ‘목요클럽’과 같은 대화와 소통의 장이다. 취임 101일째였던 4월 23일 첫 목요대화를 개최한 이래 거의 매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동안 최대 이슈인 코로나19와 관련, 사회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았고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코로나19 이후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40개 핵심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노사 대표, 종교계 및 농업계 대표, 청년세대 및 40·50세대 등을 만나 진솔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각계의 고견이 현장에 가치 있는 변화를 일으킬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목요대화가 여야정 협치의 장이자 대국민 소통 창구로 활용돼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

-총리 임명 당시부터 ‘경제총리’란 꼬리표가 붙었다. 요즘 정치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가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하거나 불안정성을 확산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만 ‘정치의 경제 발목잡기’는 정치와 경제를 지나치게 대립 구도로 바라보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경제는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 실현을 위한 정치적 결정이 때로 경제적 합리성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같이 가야 하며, 그것이 다시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인(최혜경 여사) 고향이 포항이라고 들었다. 여러 가지로 TK와 인연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나는 포항의 사위다.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며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처갓집뿐만 아니라 나의 본관도 경북 의성이며, 군생활도 안동에 있는 36사단에서 하는 등 정말 여러 가지로 대구·경북 지역과 인연이 많다. 총리가 된 이후에는 대구에 상주하며 코로나 대규모 확산 사태를 수습하면서 정말 힘들게 지내서 특별히 기억에 더 남는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인연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로 정말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총리로서 국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한다. 어렴풋이 빛이 보인다. 치료제나 백신 등 성급하게 그런 것에 기대서 마음 풀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없으면 어려움 극복도 쉽지 않다. 우리가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게 아니고 저 끝에 희망의 빛이 보인다. 지금까지 10개월도 잘 견뎠는데, 앞으로 좀 더 견뎌서 꼭 이겨내자. 잘 이겨내면 그것을 디딤돌로 해서 경제를 활성화해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다. 지금까지 추격경제를 아주 우수하게 해온 우리 나라지만 앞으로는 선도경제로 갈 수 있는 기반이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자.”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