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문턱서 살아난 두산 “승부는 지금부터”

입력 2020-11-19 04:07
두산 베어스 김재호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4회 NC 다이노스 구창모를 상대로 1점 홈런을 뽑아낸 뒤 오른손을 하늘로 치켜올리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날 공수에서 맹활약한 김재호는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의 초반 집중력이 승부의 추를 도로 당겨놨다. 먼저 승리한 정규리그 우승팀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필요한 때마다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친 끝에 앞선 패배를 설욕했다.

두산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김재호와 페르난데스의 홈런에 힘입어 5대4로 이겼다. 이번 시리즈에서 두산의 첫 홈런을 터뜨린 김재호는 유격수로서도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두며 데일리 MVP가 됐다. 반면 NC는 막판 대추격에 나섰으나 결국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NC는 시작부터 실책으로 삐끗했다. 2회 1사 1·2루 상황에서 두산 타자 박건우가 때린 공이 NC 3루수 박석민에게 굴러갔다. 박석민은 1루에 던져야 할 공을 엉뚱하게 옆으로 던져 빠뜨리면서 두산 2루 주자 김재원에게 홈인을 허용했다. 두산은 이어진 타석에서 허경민이 내야 땅볼로 추가 타점을 냈다. 무난한 투구를 해왔던 NC 선발 구창모 입장에서는 다소 허무한 실점이었다.

NC는 박석민이 2회 공격 기회에서 타석에 서자마자 앞선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듯 그라운드 왼쪽 라인을 탄 2루타를 날렸다. 이어 노진혁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다음 타석에 선 권희동은 시원한 우중간 안타로 박석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NC는 이후 곧바로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병살로 제 발등을 찍었다.

두산의 집중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건 유격수 김재호였다. 김재호는 팀이 1점 앞서던 4회 NC 선발 구창모의 초구를 받아쳐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겨 점수 차를 벌렸다. 5회 수비 상황에서는 이명기의 직선 타구를 왼손을 쭉 뻗어 잡아낸 뒤 주자까지 추가 아웃시켰다. 김재호는 8회에도 주자를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두산은 9회에도 페르난데스가 다시 1점 홈런을 날려 점수를 쌓았다.

NC가 이날 병살로 날려버린 기회는 5번이 넘었다. 두산이 보인 효율적인 플레이와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NC는 양의지가 2루에 나가있던 6회 1사 2루 기회에서 박석민이 날린 타구가 두산 선발 플렉센 몸에 맞은 뒤 1루수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기회를 날렸다.

그대로 끝나는가 싶던 승부는 9회말 요동쳤다. NC는 4점 뒤진 상태에서 양의지와 노진혁의 안타 뒤 권희동까지 볼넷으로 출루하며 1사 만루 기회를 맞았다. 이어진 타석에서 알테어와 강진성이 연달아 적시타를 터뜨려 점수를 1점 차까지 줄였다. 그러나 두산 마운드가 이영하에서 김민규로 교체된 뒤 박민우가 삼진, 이명기가 땅볼 아웃돼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앞서 날린 기회들이 아쉬운 마무리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