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면역력 수십년 유지될 수 있다” 美연구진 발표

입력 2020-11-19 00:09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코로나19 검사소에 17일(현지시간)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차량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수십년까지 유지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의 면역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 소재 라호야 알레르기·면역연구소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185명을 대상으로 면역반응을 조사한 결과 감염 후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충분한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면역세포가 감소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이 세포들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체내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른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전염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생존자들이 감염 후 17년이 지난 뒤에 여전히 면역세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과도 일치한다고 NYT는 전했다.

연구를 이끈 바이러스학자 셰인 크로티는 “이 정도의 면역 기억력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수년 동안 코로나19에 다시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온라인으로 발표됐고, 아직 동료심사(피어리뷰)를 거치거나 과학저널에 게재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선 항체가 검출되지 않은 경우라도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에게서 강력한 ‘킬러 면역세포(T세포)’가 발견돼 특히 주목받고 있다. 면역력에는 항체뿐만 아니라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병든 세포를 죽이는 T세포, 그리고 필요에 따라 더 많은 항체를 만들어내는 B세포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들의 몸속에서 B세포는 증가했고 T세포의 쇠퇴 속도는 느리게 나타났다.

NYT는 “면역학자들은 항체가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혈액 내 항체는 필요하지만 중증질환을 막는 데는 항체보다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면역세포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컬럼비아대 제프리 샤먼 교수는 “면역력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1년 미만의 기간 내에 재감염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소수의 감염자들에서 면역력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 노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양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