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감당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감당하겠다”며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 참여보다는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 선언을 한 뒤 범야권 단일 후보로 떠오르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금 전 의원이 인물난에 시달리는 야당 의원들 앞에서 이런 메시지를 천명한 것은 사실상 자신을 야권의 잠재적 주자로 인식해 달라는 의미로, 서울시장을 겨냥한 야권의 보선 판도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 전 의원은 18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서울시장 선거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서울시장의 의미와 감당할 역할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탈당한 뒤 바로 국민의힘에 들어가 당내 경선을 한다는 것은 어떤 설명을 붙이더라도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선 참여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여러 협력과 경쟁 방법이 있다”며 “방식과 방법을 정할 땐 충분히 말하고 모든 양보를 하겠다”고 연대 의사를 확고히 했다. 이어 “연대하려는 모든 세력이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며 ‘곱셈의 연대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2016년 민주당이 이해찬, 정청래 없는 민주당이 됐던 것 이상으로 국민의힘이 새로운 야당이 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금 전 의원이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무소속 시민후보로 나섰던 박원순 전 시장과 민주당 후보였던 박영선 의원과의 단일화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금 전 의원을 의식해 본선 경선에서 여론을 100% 반영하자는 안도 염두에 뒀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의힘이 대중적으로 비호감 정서가 큰 상황에서 금 전 의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집값, 전세, 세금 등 서울시민 문제에 공약을 내겠다”며 19일 마포포럼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25일 출마 선언을 한다. 김성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오신환 전 의원,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린다.
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 의원은 전날 “당내 경선에 출마하는 것을 전제로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 중”이라며 “11월 말에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저도 중앙에서 계속 말씀을 하고 또 강권하거나 건의하는 분들이 계셔서 고민하는 것은 맞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서울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동우, 박재현,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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