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년 만에 올 성장 ‘마이너스’ 전망 내놓나

입력 2020-11-19 04:02

내달 정부의 최종 경제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모든 기관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아직 0.1% 성장 전망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부도 플러스 성장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기재부의 역성장 전망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기재부는 다음 달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한다. 각 기관이 올해 경제 전망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정부로서 기재부가 최종 조정을 하는 것이다. 1년에 두 차례 성장률을 조정하는 기재부의 지난 6월 전망치는 0.1%다. 당시에도 여러 기관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으나 기재부는 정책 의지를 담아 플러스 성장을 제시했다.

따라서 내달 최종 경제 전망의 관건은 역성장 여부다. 기재부가 플러스 성장을 포기하고 역성장을 전망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2009년 경제 위기 때도 기재부는 3% 성장을 고수하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전망치를 -2%로 낮췄다. 경제팀이 교체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과감하게 하향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아 기재부가 전망치를 고집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3분기 경제 반등에 반색했던 정부도 내부적으로 플러스 성장까지는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가 역성장을 제시한다면 감소 폭도 중요하다. 현재 각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대다. 한국은행 -1.3%, KDI(한국개발연구원) -1.1%, IMF(국제통화기금) -1.9% 등이다.

정부도 -1% 안팎의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는 남은 4분기 실적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1~3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각각 -1.3%, -3.2%, 1.9%다. 여러 기관들은 4분기 성장률을 1% 내외로 보고 있다. 12월까지 코로나19 확산 여부와 정부 재정 집행 상황이 변수다. 재정은 1~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지만 현금을 직접 주는 이전지출이 많아 성장률 견인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역성장 이후 내년 경제 전망도 주목된다. 올해 10월 말 기준 국제 주요 투자은행 9곳이 전망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평균치)은 3.3%이다. 직전 전망치 대비 0.1% 포인트 올랐다. 반면 KDI는 지난 11일 내년 전망치를 3.5%에서 3.1%로 낮췄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