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확충 작업을 하는 국토교통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보급률(7.2%)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한 점과 공급 부족 등 주택 수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질 좋은 평생주택’이라는 이름의 중대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검토를 지시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넓은 평형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그만큼 건설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예산은 한정돼 있어 공급 가구 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1년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 지출사업으로 ‘통합 공공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임대출자사업과 융자사업에 각각 831억1200만원과 873억74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통합 공공임대란 영구임대, 국민주택, 행복주택 등 기존의 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수요자 관점에서 개선한다는 취지로 합친 것이다.
다만 실제 공급량과 면적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전체 사업승인 물량과 예산 규모는 국회가 심의하지만 구체적인 공급 면적별 물량은 국토부가 정하게 돼 있다. 국토부는 일단 내년 신규 사업 물량을 4000가구로 잡아둔 상태다.
국토부는 예산안에 담긴 계획안에서 가구 수 기준으로 1인 가구 공급 비중을 44.5%로 하고 2인 가구는 23.9%, 3인 가구는 18.4%, 4인 이상 가구는 13.2%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0.2%였고, 2인 가구가 27.8%, 3인 가구와 4인 이상 가구가 각각 20.7%, 21.3%였다. 국토부 계획안은 실제보다 1인 가구 비율은 높고 나머지 가구 비율은 더 낮다. 예결위는 “물량 중심의 성과를 중시하는 부처 입장에서는 가급적 작은 평형을 많이 건설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계획안 내용은 질 좋은 평생주택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만든 것이라 실제 공공임대주택의 면적별 공급비율 등은 현재 기획재정부와 다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통상적으로 60㎡ 이하로만 공급돼온 공공임대주택을 85㎡의 중대형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지만 중대형 비율을 늘리면 그만큼 건설비용이 늘기 때문에 전체 공급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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