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라면 사랑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2005년만 해도 라면은 소득 상위 20%를 제외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선호 가공식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상위권에서 라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체재가 생긴 게 원인으로 꼽힌다. 즉석·동결 식품이 라면 선호도를 깎아내렸다. 건강을 위해 라면 소비를 줄이는 현상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라면 선호도가 14년 만에 현격히 낮아졌다고 18일 밝혔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2005년과 지난해를 기준점으로 삼아 가공식품 지출 품목 순위를 소득구간별로 분류해 분석했다.
2005년의 경우 1분위(소득 하위 20%)의 라면 지출 비중은 전체 가공식품 중 ‘우유’ ‘과자’ ‘말린 고추’ ‘빵’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2분위(20~40%)와 4분위(60~80%) 역시 5위였다. 소득 수준으로 딱 중간에 위치한 3분위(40~60%)의 라면 선호도가 가장 두드러졌다. ‘우유’ ‘과자’ ‘빵’에 이어 라면이 지출 비중 4위를 차지했다.
이랬던 결과치가 지난해에 확 달라졌다. 가공식품 지출 비중 상위 5개 품목 중 라면을 찾아볼 수 없다. 1, 2분위의 경우 라면 지출 비중은 7위로 떨어졌다. 3, 4분위는 8위를 기록했다. 원래부터 라면을 잘 먹지 않았던 5분위(상위 20%)조차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2005년 지출 비중 9위였던 라면이 지난해에는 11위까지 뒷걸음질쳤다.
라면을 대체할 식품이 출시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즉석·동결 식품이 라면을 밀어냈다. 즉석·동결 식품은 라면처럼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지출 비중 순위에서도 이 현상이 증명된다. 지난해의 경우 1분위를 제외한 모든 소득 분위에서 즉석·동결 식품의 지출 비중이 3, 4위를 오갔다. 2005년만 해도 순위권에서 아예 살펴볼 수 없었던 품목이 급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 라면 소비를 줄인 영향도 감지된다. 라면의 대부분은 튀긴 밀가루 음식이라는 점에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봉지당 1800㎎ 내외인 나트륨 함량 역시 라면 소비를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편리한 대체식품이 늘어난 데다 웰빙·저염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라면 지출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