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아 숨통” vs “책값 비싸 분통”… 도서정가제 유지 논란

입력 2020-11-21 04:06

출판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쟁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초 ‘큰 틀 유지’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둘러싼 소비자와 출판업계 등 이해당사자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핵심은 책 소비자 불만을 줄이면서도 출판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할인율’이 얼마냐는 것이다. 여기에 출판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자출판물에 도서정가제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도 새로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문체부는 도서정가제 3년 주기 재검토 시한(11월 20일)을 2주가량 앞둔 지난 3일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 생태계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해 큰 틀에서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추후 세부 사항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난 7월 문체부가 업계 관계자들과 도출한 민관 협의체 합의안을 따른 것이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고, 판매자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판매자는 정해진 할인율 이내에서 가격을 할인하거나 간접 할인(마일리지 등)을 적용해 책을 판매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도서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이전과 동일하게 최대 15%로 유지된다. 다만 구간(舊刊) 도서의 ‘재정가’(가격 재조정) 가능 시기는 발행일 18개월 이후에서 12개월 이후로 완화됐다.


출판계와 영세 서점 측은 기존 할인율을 유지한 이번 결정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영세 서점 입장에서는 할인율이 커질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판계는 지난 9월 문체부가 돌연 도서정가제 제외 대상 도서 확대, 할인율 추가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검토안을 내놓았을 때 크게 반발했었다. 책값이 일정 수준 보장돼야 출판계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 유지를 찬성하는 측은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후 독립서점 수나 신간 발행 수, 출판사 개수가 늘었다는 점을 앞세운다.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2014년 4만1000여권이었던 신간 발행 수는 지난해 기준 5만8000여권으로 늘었다. 출판사 수 역시 2013년 4만4000여개에서 2018년 5만9000여개로 증가했다. 공대위는 도서정가제 덕분에 책값을 보장받게 된 영세 출판사·서점의 생존율이 올라갔다고 해석한다.

또 독립서점의 자생력이 강해지면서 비인기 분야 도서 제작도 활발해졌고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에도 기여했다고 본다.

반면 도서정가제 폐지 혹은 완화를 주장하는 측은 이 제도가 도서 소비자 후생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독서인구 비율은 2013년 62.4%에서 지난해 50.6%로 10%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책을 구매하지 않아 출판사 매출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21만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인쇄도서와 달리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전자출판물에 도서정가제를 어떻게 적용할지도 숙제다. 예컨대 웹 기반 출판물의 경우 사이트 가입 시 지급하는 무료 코인 등 프로모션 행사가 도서정가제 할인율에 포함되는지 등 합의점을 찾아야 할 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