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커뮤니티·문화 공간… 동네서점은 변신 중

입력 2020-11-21 04:03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독립서점 ‘반달서림’에서 지난 17일 주민들의 생태주의 독서 모임이 열리고 있다. 최근 다수의 동네서점들은 책 판매와 함께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커뮤니티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지애 기자

“고추씨앗을 동네에서 직접 ‘나눔’하거나 받기도 해요.” “이번에 직접 오이를 심어보니까 파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독립서점 ‘반달서림’. 서너명의 주민들이 직접 작물을 재배해본 경험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주 생태주의 관련 독서 모임이 열린다. 이날 참여한 주민 신윤희(40·여)씨는 “독서 모임을 하며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고 세상을 보는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의 부수 효과로 동네서점의 자생이 가능해지며 지역공동체에 뿌리를 둔 다양한 서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동네서점의 지속 가능성과 문화 다양성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의 동네서점들이 도서 판매만이 아니라 강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함께 제공한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올오어낫싱’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영화 상영회, 드로잉 클래스, 사진전 등도 열린다. 단골들이 참여해 완성한 릴레이 소설은 최근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곳 대표 유영선(48)씨는 “거창하지 않아도 소소한 문화 체험을 만나고 즐기는 공간”이라며 “10대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찾는다”고 소개했다.

인문학, 여행, 생태주의 등 특정 주제를 알리고 확산시키기도 한다. 생태주의 독립서점을 표방하는 ‘반달서림’은 관련 책과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저자를 초청한 북토크 행사도 매달 2~3차례 연다. 대표 유민정(36·여)씨는 “보통의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얘기하도록 가벼운 그림책부터 생활 속 실천사항을 담은 책 등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며 “생태주의 관련 주제라면 10년, 20년 지난 책도 들여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문학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서울 관악구의 독립서점 ‘살롱드북’의 모습. 살롱드북 제공

독립서점은 지역주민들의 커뮤니티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문학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서울 관악구의 독립서점 ‘살롱드북’에서는 칵테일, 위스키 등을 함께 판매한다.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은 처음 본 이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자발적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2016년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강명지(35·여)씨는 “자유롭게 문화 교류가 이뤄지길 바라서 가게 이름도 ‘살롱’이라고 지었다”며 “인근에 거주하는 20, 30대 1인 가구들이 퇴근 후 많이 찾아 새벽까지 운영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동네서점의 역할은 ‘책을 구매하는 곳’ 이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운영상 고민은 여전한 탓에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립출판사 대표이기도 한 유영선씨는 “동네서점이 자생하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소비자들도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정씨도 “북토크 행사로 적자가 날 때도 있고, ‘투잡’을 해야 하는 등 운영상 고민이 있다”며 “책 판매만으로 이 공간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용인=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