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수단(PM)’은 최근 몇 년 새 단거리 이동수단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대여업까지 활황을 타면서 이제 전동킥보드는 길에서 쉽게 마주치는 이동수단이 됐다. 그러나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체계는 미비한 상태다. 특성에 맞는 통행·안전 기준 없이 거리를 활보하면서 전동킥보드는 차도에서도, 인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부처들은 2016년부터 개인형 이동수단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안전 우려도 커지던 시점이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배기량 125㏄ 이하의 이륜자동차)로 분류됐는데, 이에 따라 차도로만 운행할 수 있었다.
전동킥보드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위험요소로 인식됐다. 차도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게 마치 고라니 같다며 ‘킥라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쌩쌩 달리는 차량을 피해 인도로 올라서면 보행자들은 불안해하며 이를 피해 다녀야 했다.
관계부처의 논의는 진작 시작됐었다. 산자부는 2017년 1월 전동킥보드의 속도를 시속 2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안전기준을 고시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는 더뎠다. 지난해 11월에야 자전거도로 통행을 염두에 둔 강화된 안전기준이 마련됐다. 최대 무게를 30㎏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를 토대로 지난 5월 국회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속 25㎞ 이하 무게 30㎏ 이하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구간에서는 차로를 이용해야 한다. 인도 통행은 허용되지 않는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다음달 10일부터 시행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17일 “전동킥보드를 어디서 달리도록 할지 결정하는 게 시급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부터 개정하게 됐다”며 “근본적으로는 개인형 이동수단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마련이 늦어지는 동안 관련 산업은 급격히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7만3800대였던 전동킥보드 판매 수는 지난해 16만4000대까지 늘었다. 전동휠 역시 같은 기간 9800대에서 2만1700대로 급증했다. 이용자가 늘면서 사고도 늘었다. 2017년 117건이던 개인형 이동수단 교통사고는 지난해 447건으로 약 4배 늘었다. 사망자는 4명에서 8명, 부상자는 124명에서 473명으로 증가했다.
전동킥보드 대여업까지 성행하면서 안전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자 국회와 정부도 부랴부랴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지난 9월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PM기본법)을 발의했다. 개인형 이동수단을 명확히 정의하고, 안전기준 등을 제시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는 별도의 법 대신 전기생활용품안전법에서 기준을 정하다 보니 관리가 잘 안 됐다”며 “기본법이 마련되면 제도 정비와 관리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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