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무역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경제 구상에 대해 연설하면서 RCEP에 대해 “미국이 전 세계 무역 규모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또 다른 25%, 혹은 그 이상인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결과를 좌우하도록 하는 대신 우리가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이 지난 15일 서명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TPP에서 탈퇴한 틈을 타 중국 주도로 만들어져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선 RCEP 서명 이후 무역 경쟁에서 미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TPP 복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바이든은 향후 미국의 무역 기조와 관련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미국 노동자에게 투자하고 그들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일, 둘째는 무역 합의를 할 때 노동자와 환경보호론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분명히 포함될 것, 셋째는 징벌적 무역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과 환경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이든은 “친구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독재자를 포용한다는 생각은 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일관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당장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 불평등 완화와 일자리 창출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자와 대기업이 더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하고,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6.55달러(약 7244원)에서 7.25달러(약 8018원)로 인상된 이후 오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경제연설에 앞서 제너럴모터스(GM),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노조 지도자들과 화상 회의를 열어 경제 회복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모든 개혁은 코로나19 억제에 달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불복하고 정권 이양을 방해하는 것의 가장 큰 위협은 더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1월 20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우리는 한 달 이상 뒤처지게 된다. 가능하면 빨리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비협조는) 내 권한을 약화시킨다는 것보다 이 나라에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