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앞뒤 안 맞는 검증위 지적들

입력 2020-11-18 00:06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17일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안전, 시설 운영과 수요, 환경, 소음 분야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여객 수요와 시설 운영, 환경 영향 등 경제성과 관련된 영역에서 특별한 오류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한다” “충분한 자료가 부족하다” 등 사실상 ‘트집 잡기’에 가까운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재검토의 근거로 삼은 것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 산을 깎는 문제를 두고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흠결과 ‘미래 변화’를 고려할 때 김해신공항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점 두 가지다.

국토교통부가 김해신공항의 활주로 용량상 연 최대 38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에 대해 검증위는 “현재 민·군이 사용하는 실용용량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연간 3800만명 수요 처리를 위한 운항 횟수 산출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2056년쯤 예상 여객 수요가 2925만명이 될 것이라는 국토부의 추산에 대해서도 “합리적 추계 방식”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검증위는 “예상 수요를 보면 활주로 추가 건설은 불필요할 수 있으나 미래에 예상되는 변화를 모두 수용하기에 김해신공항은 입지 여건상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4년 전 동남권 신공항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 신공항과 관련해 “교차활주로를 기존 활주로와 혼용해 사용하면 장래 요구되는 수용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검증위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동남권 신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 지역(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인구는 2016년 1322만명에서 2017년 1318만명, 2018년 1310만명, 지난해에는 1302만명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동남권 신공항의 예상 이용객인 영남 인구는 감소 추세인데 검증위는 ‘미래에 수요(인구)가 늘 수 있으니 (활주로 확장이 어려운)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편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전문기관이 수년에 걸쳐 연구한 내용을 갖고 검증위가 단기간에 어떻게든 흠을 잡으려 하다 보니 무리한 지적까지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의 약점이자 가덕도의 강점인 소음 문제도 꺼내 들었다. 검증위는 “2023년부터 소음 평가 단위가 ‘웨클’에서 ‘엘디이엔(Lden)’으로 달라진다. 기존보다 소음 피해 범위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며 국토부에 소음피해 가구 수 재산정을 요구했다. ADPi는 2016년 보고서에서 가덕도에 대해 막대한 공사비용과 대구·경북 접근성 부족 등의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소음 피해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장점으로 분석했다. 소음피해 가구 재산정이 이뤄지면 향후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에서 가덕도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검증위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검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향후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후속 조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영남권 광역단체장이 만든 ‘부·울·경 검증단’이 김해신공항 계획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일방적 검토 의견”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주무 부처의 입장이 1년 새 180도 달라진 것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