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전문가’를 양성하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314명의 한국 청년들이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녹색성장기구(GGGI) 등 67개 환경 분야 국제기구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 취업해 국제환경전문가를 향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기후변화, 대기오염, 폐기물 처리 등 세계 공통의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갈 한국 청년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국제환경전문가 향한 첫 디딤돌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은 국제적 환경협력 수요에 대응할 환경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하 공단)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제환경규제, 국제환경협상을 비롯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환경통상 등 국제환경전문가 양성에 특화된 전문교육을 한 후 국제기구 인턴 파견 기회를 제공한다. 이론과 현장 능력을 동시에 갖춘 실무형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원 대상은 대학(학사) 4학년 또는 대학원 재학생, 대학교·대학원 졸업 후 1년 이내인 사람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양성과정을 거친 수료생은 570명이다. 공단은 교육 수료자 중 성적 우수자를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 인턴으로 파견하는데 국내 소재의 국제기구를 포함해 총 67개 국제기구에 314명을 보냈다. 이들에게는 왕복 항공료와 보험료, 체재비 일부도 지원한다.
공단은 또 안정적 인턴 파견 채널을 확보하고 파견 준비 기준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O),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사무국(EAAFP), 독일드레스덴유엔대학(UNU-FLORES),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GGGI,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사막화방지협약기구(UNCCD), 미주글로벌변화연구소(IAI) 등 9개 국제기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은 국내 환경 분야 인재들의 국제기구 취업 등 녹색 일자리 창출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 공단이 2015년(7기)부터 2019년(11기)까지 최근 5년간 수료생 258명을 대상으로 취업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유엔환경계획·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에 46명이 입사했다. 또 공단을 비롯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서부발전·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에 105명이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 60%(151명)는 국제기구·민간기업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이 밖에 학업을 지속하는 수료생은 18%(48명), 다른 곳에서 인턴을 하는 수료생은 9%(24명), 취업을 준비 중인 수료생은 8%(20명)로 나타났다.
공단 관계자는 “정부의 디지털·녹색경제 등 구조적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력 양성과 취업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환경 관련 국제기구와의 업무협력 확대를 통해 국내 환경 인재들의 해외 취업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WHO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을 제한하는 협약) 등과의 업무협약도 추진하고 있다.
꿈을 좇는 ‘열혈 청춘’ 이야기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GGGI 서울 본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김명성(27·여)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소망이었다”고 소개했다. 국제기구 인턴 경험이 각별한 이유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기후변화와 폐기물 문제에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국내 경우에도 올해 기록적인 장마로 홍수 피해를 보면서 기후위기를 실감했고,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김씨는 “폐기물 관리에 관심이 많아 개발도상국의 폐기물 관리 사례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환경 개선 방법과 전자장비 폐기물 관리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GGGI 서울 본부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강윤정(33·여)씨도 최종 목표는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 취업해 전문성을 쌓는 것이다. 그는 환경 분야에서 국제개발협력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4년 넘도록 근무해 온 외국계 기업을 박차고 한국으로 달려올 만큼 의지가 남달랐다. 그가 바란 대로 현재 GGGI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그린 뉴딜 등 국내외 환경 정책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와 일자리 창출 등을 연구하고 있다. 강씨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해외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경제적 여력이 닿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도 있다”며 “이런 청년들을 추가로 지원하는 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3기 양성과정에 참여해 현재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근무하는 오남호(36)씨는 서면 인터뷰에서 “환경부·공단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학문을 배우는 과정이 아닌 국제환경 이슈를 실제로 접하고 체험하는 과정이었다”며 “유엔개발계획 뉴욕 본부에서 6개월간 경험한 인턴생활은 국제기구 시스템과 업무수행 방식을 처음 접하고 여러 국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의 큰 그림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7기 양성과정 수료한 후 유엔환경계획 케냐 인턴을 거쳐 세계은행에 취업한 오하늘(29)씨는 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여러 인재와 환경 정보를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국제환경전문가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석사 학위와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갖춰야 하는 등 취업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후위기 시대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