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안’을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미래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도 부족하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검증위의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고개를 가로저을 이유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검증위의 결정은 4년 전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1년간 조사한 뒤 내린 결론과 정반대다. 당시 사업 타당성에서 김해공항 확장이 압도적으로 1위였고, 2위는 경남 밀양, 가덕도는 꼴찌였다. 영남권 5개 지자체장이 2016년 6월 21일 ADPi의 최종 보고서 내용에 동의해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거듭돼온 영남권 신공항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4월 “김해신공항은 안전한 이착륙, 소음 최소화, 대형항공기·장거리 노선 취항 가능”이라고 했다.
17일 검증위의 발표가 신뢰를 얻으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검증위 발표는 16억원의 예산이 든 ADPi 보고서가 엉터리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날 검증위 발표 때 ADPi의 해명이든 반박이든 있어야 했다. 검증위는 앞으로 ADPi에 그같이 부실한 보고서를 낸 것을 따지고 책임을 묻겠다는 말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러니 검증위의 발표를 누가 신뢰하겠나. 여권이 김해신공항 백지화 후 가덕도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황당하다.. 엄연히 ADPi의 공항 후보지 타당성 평가에서 2위는 밀양이다.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면 차순위 후보로는 밀양공항을 우선 검토하는 게 맞는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가덕도에 대한 ADPi의 평가다. “가덕도는 바다를 메워야 하므로 건설비가 10조7578억원이나 드는 등 건설 자체가 어려운 데다 국토 남단에 치우쳐 접근성이 떨어진다.”
14년 전 노무현정부 때 시작된 영남권 신공항 논란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선거 때문일 것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여권이 부산이 원하는 가덕도신공항을 선물로 줄 것이라는 예상이 결국 맞아들고 있다. 여기에 야당인 국민의힘도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슬쩍 올라탔다. 이미 매듭지어진 국책사업이라도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지게 됐다.
[사설]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국책 사업도 뒤집다니
입력 2020-11-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