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는 그릇되게 살아온 공직자를 걸러내고 공직사회의 도덕성과 청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덕분에 우리 사회의 도덕의식이 한층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극심한 지금은 정권을 공격하는 수단이 돼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의 장으로 변질된 것도 사실이다. 도덕성 검증과 함께 또 다른 제도 취지인 정책능력 검증도 사라진 지 오래다. 청문회가 열렸다 하면 여당은 무조건 감싸기만 하고 야당은 흠집내기에만 골몰하니 ‘안 봐도 비디오’가 된 게 지금의 제도다.
이런 차에 여야가 16일 청문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니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청와대 검증자료의 국회 제출을 의무화하고, 후보자가 국회가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할 경우 도덕성은 비공개로, 정책능력은 공개로 검증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청문회 때문에 좋은 인재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때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청문회 때문에 공직을 기피한다”고 했으니 망신주기 청문회에 따른 공직 기피 현상은 꼭 지금 정권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제도를 바꾸더라도 가장 중요한 도덕성 검증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우선 인선을 책임진 청와대의 후보 검증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 청와대뿐 아니라 국세청 등 다른 기관들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위증 처벌 조항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인준을 반대하면 대통령이 이를 존중하는 문화도 긴요하다. 현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3명인데 제도를 개선한들 대통령이 무조건 임명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야당이 다음 정권부터 바뀌는 제도를 적용하자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이번에 꼭 제도를 바꾸기 바란다.
[사설] 청문제도 바꾸되, 도덕성 검증 강화하고 국회 뜻 존중돼야
입력 2020-11-1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