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모(29·여)씨는 지난주 출근길에 전동킥보드를 이용했다가 아찔한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김씨는 오래전 면허를 땄지만 실제 차를 몰아본 경험은 거의 없는 터라 교통신호나 도로통행 체계 등에 익숙하지 않았다. 다른 차량과 함께 차도를 달릴 때마다 경적과 충돌 위험에 온몸이 경직됐다. 그는 “직접 타 보니 왜 위험한지 알겠더라”며 “면허가 있는 사람도 다시 교통 교육을 받아야 할 판에 무면허도 운행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한다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이용 기준 완화를 앞두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16세 이상 면허소지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데, 다음 달 10일부터는 13세 이상이면 면허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면허가 없는 중·고등학생들의 안전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서울에 사는 A군(16)은 “지금도 아버지 면허로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 전동킥보드를 타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며 “친구들 가운데 사고가 난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데다 애들은 ‘각기’라고 해서 좌우로 흔들며 중심을 잡는 묘기를 부리거나 전동킥보드 한 대에 2~3명씩 타고 거칠게 주행하는 경우가 많아 볼 때마다 아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무면허 전동킥보드 운행은 현재 불법이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부모님 면허로 1년간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왔다는 B군(16)은 “나를 비롯해 주변 친구들 다섯에 한 명 정도가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지만 단속에 걸린 친구는 없다”며 “경찰관에게 걸렸지만 봐줬다는 친구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이런 제한마저 사라진다.
‘통학용 킥보드’라며 광고를 내건 판매점도 등장했고, 벌써 구매한 학생도 적지 않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D군(18)은 “등하교할 때 좋을 것 같아서 2개월 전 구매했는데 솔직히 헬멧 등 보호장비는 잘 착용하지 않는다”며 “오토바이보다 위험해 보인다는 시선도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불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2와 고1 자녀를 둔 40대 함모씨는 “중학생이 이리저리 흔들면서 타는 것을 보면 걱정이 된다”며 “나이를 올리지는 못할망정 낮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6일 올라온 ‘전동킥보드 만 13세 및 미성년자 반대’ 글에는 약 2300명이 동의했다.
경찰은 이용기준 완화가 안전주행을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면서 차도로 통행해 사고 위험성이 컸다”며 “차도로 내몰지 않고 자전거도로로 운행하게 하려면 속도와 무게가 유사한 전기자전거와 같은 규칙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준비 안 된 킥보드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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