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사업 부지 결정 4년 만에 결국 백지화 수순

입력 2020-11-17 04:06
영도대교가 도개하는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부산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부산·울산·경남 시민단체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취소하고 가덕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역할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17일 이런 내용의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추진이 어렵다는 방향으로 공식 발표를 할 경우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따라 예산과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은 17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검증위는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김해공항 확장안과 관련해 지난해 12월부터 안전·소음·환경·시설 등 4개 분야에 걸쳐 타당성을 검증해왔다. 검증위는 그간의 분야별 검증 결과와 함께 ‘안전 문제와 관련해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 해석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는 김해공항의 경우 비행기가 주변의 산과 충돌할 수 있는 안전 문제가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안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김해신공항 사업은 사업부지 결정 4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검증위 결과 발표 후 곧바로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해 정부 입장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동안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여온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기정사실화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해신공항 계획 추진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식의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가급적 내일 대책회의를 개최해 당 차원의 입장 정리 및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경남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신공항 건설이 검토됐으나 양쪽 모두 경제성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해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조율됐다. 그러다 2018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가덕도 신공항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이 김해신공항을 반대하며 ‘부·울·경 공동검증단’까지 구성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 주변에 산이 많아 활주로 진입, 진출 과정에 충돌 위험이 있다”고 줄곧 주장했으나 국토부는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오 전 시장의 사퇴로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되면서 여권의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강화됐다.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검증용역 예산을 증액해 달라”고 했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법적 절차가 맞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며 소리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결국 가덕도 신공항 적절성 연구용역비 20억원이 추가 증액됐다.

김해신공항으로 확정했을 당시 정부는 오는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이제 입지 선정부터 다시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