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병 발표 후 다시 불붙은 경영권 분쟁·구조조정 논란

입력 2020-11-17 04:02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사무실에 모여 양사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추진을 발표하자 대주주부터 업계 종사자까지 크게 반발하며 향후 진통을 예고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은 합병안을 ‘조 회장과 산업은행의 밀실 야합’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민간의 경영권 분쟁에 정부가 한쪽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두 항공사의 노동조합은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M&A 재협의를 요구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KCGI로 구성된 3자연합은 16일 자료를 내고 “조 회장이 단 1원의 사재 출연도 없이 국민의 혈세만으로 한진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증자에 우선 참여하는 게 맞다”며 “국민 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데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반발하는 건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을 확보하면 3자연합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3자연합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46.71%로 조 회장 측의 41.4%보다 앞선다.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 안팎을 확보할 예정인 산은이 조 회장의 ‘백기사’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에 산은은 브리핑에서 “조 회장의 경영성과가 미흡할 시 해임도 검토하는 등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며 “필요시 3자연합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다만 항공업계 재편에 안정적인 경영 구조가 중요한 만큼 정부가 한진칼의 경영진 교체를 감수하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5곳도 이날 ‘노동자 의견이 배제된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노선을 개척하고 항공서비스의 질을 높여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겠다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M&A에 참여시키라고 요구했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산은은 브리핑에서 “현재 양사의 중복 인력은 800~1000명으로 추산하는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도 자료를 내고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복 노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본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두 항공사 관련 종목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코스피시장에서 금호산업은 전 거래일 대비 29.58%, 아시아나항공은 29.84% 폭등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도 각각 12.53%, 5.66%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8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전환했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매출액은 73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2% 감소했다. 시장에선 적자를 예상했지만 화물사업 호조가 2분기 연속 흑자를 이끌었다.

안규영 조민아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