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올해 결론 못낸다… 원전 포화 어쩌나

입력 2020-11-17 04:06

2022년부터 포화되기 시작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마련 일정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위원회(이하 재검토위)는 당초 연말에 내놓을 예정이던 관리 방안 권고안을 내년 초에나 내놓기로 했다.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 수립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일정이 지연될수록 다 쓴 핵연료봉이 늘어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월성 1호기 가동을 전격 중단했던 속도감과 비교해 과정이 지나치게 더디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 방안 권고안을 내년 초쯤 발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발표한 국민 공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권고안을 내놓으려 했지만 일정을 뒤로 미뤘다. 권고안에는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인 다 쓴 핵연료봉을 저장해 둘 부지 선정 방식부터 저장 시설 관련 제반 사항과 관련한 제언이 담긴다.

일정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도 핀란드를 제외하면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저장 시설 건설에 돌입한 사례가 없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보관할 수 있는 부지를 선정하는 일이 가장 큰 난제다. 지역 반발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부지 선정 방식이 담기는 만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계획 수립 절차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내년 안에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는 (계획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차일피일 시한을 미룰수록 일이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월성원전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인 ‘맥스터’를 가동하지 않을 경우 2022년 3월이면 포화된다. 가동을 멈춘 월성 1호기 외에 2~4호기가 지속 가동한다는 조건하에서다. 나머지 원전도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를 맞는다. 한빛원전(2029년)과 한울원전(2030년), 고리원전(2031년)은 10년 안팎의 시한을 남겨놓고 있다.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저장 시설을 만드는 데만 30년(부지 선정 12년, 건설 과정 18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시일이 늦어질수록 부수적인 비용이 커진다. 임시방편인 맥스터의 수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빨리 결정할수록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