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세’ 분할 납부 기한 늘릴까… “소급적용 어렵고 이자도 부담”

입력 2020-11-17 04:08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가 약 11조원으로 추정되자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세율 조정에 선을 그으면서 상속세를 쪼개 낼 수 있는 기한이라도 늘리자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삼성에 당장 소급 적용이 어렵고 이자 부담도 있는 등 개편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원 분석에 따르면 고 이 회장의 18조2000억원 상장주식을 직계비속에 상속하면 세금은 10조5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최대주주 보유주식에는 할증이 적용된다.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재계에서는 상속세율이 너무 높다며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우리나라 상속세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지적이 있지만 특별히 상속세를 별도 (개정하거나) 다룰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회 안팎에서는 세율 인하가 어렵다면 연부연납이라도 연장해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상속세를 5년 범위에서 쪼개 낼 수 있는 제도인데, LG가 적용받고 있으며 삼성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연부연납 기한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최종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국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2021년도 기재부 예산안 예비심사 보고서’에 “기재부는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성실히 일하는 기업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 등을 포함해 상속세 전반에 대한 합리적 개선을 검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소속 여당 관계자는 “상속세 전반을 한번 살펴보자는 분위기는 있으나 연부연납 등 구체적인 제도까지 논의가 넘어간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 또한 “정부는 이미 올해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국회가 논의할 수 있으나 정부가 별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연부연납 기한을 연장해도 삼성 등 이미 상속이 진행 중인 기업에 소급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연부연납은 이자가 있어 기한을 늘리면 가산금도 커진다. 현재 기준 연 1.8%다. 여당 관계자는 “기한에 따라 이자 부담도 커져 기업이 마냥 반가워할 제도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