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출근길, 차도와 인도 아무곳도 반기지 않았다

입력 2020-11-17 04:07 수정 2020-11-17 04:07
공유 전동킥보드 한 대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근처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있다. 다음달 10일부터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전동킥보드 이용이 훨씬 쉬워지지만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달 10일부터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이 포함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공유 킥보드를 포함한 전동킥보드는 자전거 전용도로나 차로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킥보드로는 갓길 통행만 가능하지만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 3차로 이상 차도의 가장 오른쪽 차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15일과 16일 기자가 공유 킥보드를 빌려 개정될 도로교통법을 지키며 출근해봤다. 출근길에는 곳곳에 위험 요소가 즐비했다. 15일 오전 9시, 신도림역을 출발하자마자 웨딩홀 셔틀버스 승차장이 나타났다. 킥보드가 갓길로 지나가자 운전기사가 “다른 쪽으로 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3차로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시속 50㎞ 넘게 달리는 자동차 사이에 킥보드가 끼어들긴 어려워 보였다. 결국 셔틀버스가 지나간 뒤에야 출발했다.

차도와 달리 울퉁불퉁하게 포장된 갓길에서는 균형 잡기도 쉽지 않았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배수로에서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한 경우가 잦았다. 오르막에서는 주행 자체가 어려웠다.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진입하기 위해선 서울교를 올라야 하는데 전동킥보드로는 시속 1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뒤로 넘어진다면 사고가 날 수 있어 영등포역 삼거리에서 좌회전할 수밖에 없었다.

킥보드가 도로에서 좌회전을 하려면 ‘훅턴’을 해야 한다. 도로 우측 가장자리 부분을 이용해 직진한 후 다시 좌측 방향으로 직진하는 방식이다. 이마저도 속도가 시속 25㎞ 이하로 제한된 공유 킥보드로는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횡단보도를 이용해 좌회전했다.


도로 방향과 반대로 전동킥보드를 타는 건 위험했다. 영중로에서는 도로 양 끝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갓길로 주행할 수 없어 급하게 킥보드를 인도로 올려야 했다. 유턴 구간에서 운전에 미숙한 차들은 갓길을 수시로 침범했다. 같은 방향으로 킥보드를 몬다 해도 사고 위험이 커 보였다.

여의도에는 자전거도로가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행자들은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지 않고 걸었다. 자전거와 킥보드를 끌고 지나가야 하는 한강다리에서도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있었다. 서강대교를 건너던 복모(58·여)씨는 “인도가 좁은데 킥보드까지 다니니 무섭다”면서도 “킥보드를 탄 사람이 한강다리 도로를 지나다니는 건 더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들어서자 불법주차 차량이 막아섰다. 대흥동에서 공덕동을 넘어가는 언덕에선 3~6대의 자동차들이 갓길을 차지했다. 불법주차 행렬을 피하기 위해서는 1차로로의 침범이 불가피한데 뒤에서 접근하는 차량과 뒤섞일 경우 몸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공덕오거리를 지나 마포대로에 진입하자 3차로에 ‘자전거 우선도로’라는 글자가 보였다. 3차로로 킥보드를 몰았지만 오토바이나 승용차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추월하는 일이 잦았다. 신도림역을 출발한 지 1시간20분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포경찰서 옆문에 킥보드를 주차한 뒤 촬영해 앱에 전송하는 동안에도 손이 떨렸다.

글·사진=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