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교회가 이웃과 자연의 생명을 더욱 귀하게 여기며 환대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선언문이 나왔다. 소외당하는 이들과의 동행, 기후위기 극복, 한반도 평화의 세 가지 주제가 강조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주교좌성당에서 제69회 정기총회를 열었다. 교단별로 파송된 회원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두고 회무를 진행했다.
NCCK는 향후 2년간 주제 성구를 요한복음 13장 34~35절 말씀에 기반해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로 정했다. 이홍정 총무는 보고를 통해 “차별 혐오 배제의 위험사회에서 동행과 환대의 평등사회로 변화하기 위해, 생태적 회심과 생명중심의 문명사적 전환을 위해, 민족화해와 평화공존의 한반도로 전환하기 위해 새 계명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NCCK는 이를 위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연대 활동, 향후 10년간에 걸친 기후위기 비상행동, 5년간의 한반도 종전 평화운동, 교회일치와 종교평화운동 4대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이 총무는 “공동플랫폼 형식으로 운영하는 한국교회아카데미를 통해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며 2024년 NCCK 100주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원 교단별로 돌아가며 맡는 신임 회장에는 이경호 대한성공회 의장주교(총회장)가 선임됐다. 이 주교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여러 질타를 받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주님의 뜻을 식별해 참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혜와 능력과 힘을 더하여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회원 교단들이 아름다운 전통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포용해서 NCCK의 이름으로 연대하고 협력하게 하소서”라고 덧붙였다.
제68회기 1년간 회장을 맡았던 윤보환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은 이임사를 통해 “복음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면서 “복음의 진보성을 갖고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총회 선언문 일부 어휘를 두고 논의도 오갔다. 선언문 가운데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와 적극적으로 동행하는 새 계명의 길을 걸어가자”란 표현을 두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회원이 “소수자를 ‘소외된 자’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소수자에는 인종 국적 등에 따른 다양한 소수자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소수 의견으로만 회의록에 남기고 원안대로 선언문을 채택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