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국회에서 대검찰청 특활비 문제에 대해 “대검에서 임의로 집행한다. 총장 주머닛돈처럼”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감사원에서 직원들에게 정보수집활동비 명목으로 특활비를 지급하는데 사실상 수당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부서뿐 아니라 지원부서 직원들에게도 특활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최재형 감사원장도 수백만원 수준의 특활비를 받아 썼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성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법사위원들의 질의가 충분히 일리 있다”며 “개선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이 감사원 특활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와 관련된 견제 성격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대검 특활비 집행에 대한 조사를 대검 감찰부에 지시한 것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정치 공세 성격이 짙다. 하지만 논란의 출발이 어쨌든 특활비 명목으로 막대한 국민 혈세가 주먹구구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드러난 만큼 관행과 제도를 정비해 보다 투명하게 운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가 예산을 검사하고 공무원 직무를 감찰하는 감사원에서조차 특활비가 제 용도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거액의 특수공작사업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후 특활비에 대한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 국정원의 경우 지난해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편성돼 집행된 특활비인 국가안전보장경비가 6000억원으로, 정식 예산보다 많다. 경찰청 등 4개 기관 예산에 편성된 정보 예산 규모도 최소 1900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특활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정보나 수사 활동 등에 소요되는 경비다. 내역을 공개할 경우 오히려 국익이나 공익에 저해되기 때문에 구체적 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특활비를 용처별로 좀 더 세분해 공개 가능한 범주에 들어가는 항목은 사용처를 소명토록 하는 게 옳겠다. 국가 기관 고유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니터링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꼭 필요한 기밀 예산은 예외적 경비인 만큼 최소한도로 운영하는 게 마땅하다. 차제에 특활비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정치 공방의 소재로 활용되고 국가 기관이 망신당하는 일이 반복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설] 점입가경 특활비 논란, 차제에 투명하게 제도 바꿔라
입력 2020-11-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