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소비자 피해 없도록 해야

입력 2020-11-17 04:02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이 16일 공식화됐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이 자금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여객·화물 운송 실적이 세계 19위(대한항공)와 29위(아시아나항공)였던 양사가 통합되면 운송량 단순 합산 기준 세계 7위로 올라서게 된다. 글로벌 톱 10에 드는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는 것은 희소식이지만, 국내 양대 항공사의 경쟁 체제가 무너지는 건 독과점 문제 발생 등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이번 빅딜은 고육책이다. 경영난이 극심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뒤 매각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업 영업환경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양 대형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항공업이 동반부실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로 두 회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미 많이 이뤄져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을 두 회사에 계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선 산은의 한진칼 지분 보유로 산은이라는 우군을 얻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려야 하는 정부와 경영권 방어가 시급한 한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기업의 경영권 다툼에 개입해선 안 된다. 이 문제에 관해 산은도 일방적으로 한진 쪽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혜 시비가 안 나오게 신경 쓰면서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이번 통합이 항공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도록 감시·감독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편익 감소 우려도 크다. 산은 측은 “오히려 노선과 스케줄이 다양화되고 마일리지 통합 등 소비자 편익 증대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현실을 호도하지 말고 운임 인상이나 서비스 저하 등 예상되는 소비자 피해를 철저히 따져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