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까지 언급한 종전선언은 트럼프용 접근방식이지 새롭게 들어설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 한·미 간 협의에 나서야 합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15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에 대해 “한·미 간에도 불명확한 비핵화 최종 상태를 명확히 하고,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는 공동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전면적인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주장하는 스몰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칙을 토대로 보텀업(bottom-up) 협상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문재인정부의 외교 전략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처럼 북한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을 끌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게 했다”며 “정상끼리 만나 리얼리티쇼만 하다가 끝난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윤 전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라인도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일했던 인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과 국무부에 포진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도 과거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했던 실무진 가운데 인연도 있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적극 기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2016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재개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국장급 협의체인 ‘동맹 대화’가 어마어마한 일처럼 얘기하는데, 국장급 채널은 상시적인 것”이라며 “2+2회의 수준의 상위 레벨 간 긴밀한 채널을 만들어 한·미동맹의 중요한 현안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경제 분야에서 미국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데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우리의 ‘경중안미(經中安美)’ 전략은 모순”이라며 “안보든 경제든 미국이 최우선으로 중요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은 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해 막후에서 노력한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일부 중재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지금의 한·일 갈등 핵심인 강제징용 문제는 국제법적으로 복잡한 사안인 만큼 미국이 일방을 편들면서 다른 한쪽을 압박해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바이든시대, 전직 고위당국자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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