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며 취업, 결혼, 여행, 생업에서 손해를 감내해온 지 어느덧 10개월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회의, 마스크 착용, 안전 안내문자는 이제 평범한 일상의 일부다. 백신은 손에 잡힐 듯 말 듯 희망고문 중이고 바이러스 활동에 유리한 계절로 접어들며 확진자가 증가 추세지만 누적 확진자나 사망자 수 기준 우리나라 방역은 성공적이다.
경제지표에서도 선방했다는 평이 나온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미국은 -10%대, 영국은 -20%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2%이고, 3분기는 1.9%로 올라섰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인 -1.9%도 선진국 평균인 -5.8%보다 높다. 마스크 대란도 잘 수습돼 가격과 공급이 안정됐고 의료시스템도 붕괴되지 않았다. 극한의 봉쇄로 경제가 바닥을 친 많은 국가들이 방역수위를 낮추고 경제활동을 재개한 덕분에 수출이 회복되고 주식시장은 호황이다. 지난 몇 개월간 축적된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코로나 대응의 공과를 진단한 최근 논의들에서 K방역에 대한 자신감, K경제에 대한 안도감이 엿보인다.
감염병은 공장 굴뚝의 매연처럼 외부불경제(부정적 외부 효과)를 뿜어낸다. 방역의 사회적 편익은 개인 편익보다 크고, 방역 실패의 사회적 비용은 개인 비용보다 크다. 거리두기 지침 위반, 역학조사 혼선 초래, 마스크 미착용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후자의 문제를 보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방역의 편익에 기여하는 국민에게는 어떤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가.
고위험 시설로 지정되면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다. 역학조사를 위해 신용카드 정보, 통화기록, 이동경로 같은 개인정보가 샅샅이 수집된다. 대학등록금을 내고도 카페를 전전해야 하고, 집을 나서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데 구입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 부담이다. 아픈데도 출근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보다 집단감염의 책임이 더 무겁다. 택배기사, 콜센터·요양시설 종사자, 방역 일선 의료진 등은 과로, 미흡한 지원, 위험한 근무환경을 감내하고 있다.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4% 수준에서 회복 기미가 없고, 근로시간 단축이 유급휴업이 되더니 구조조정과 폐업으로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친다. 긴급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가 막대한 규모로 지급되지만 방역으로 숨통이 조인 일자리와 서민경제의 생명유지 장치로는 역부족이다. 방역 협조에 대한 감사와 호소를 위한 대국민 메시지도 높은 방역 피로도, 희생된 일상생활, 그리고 무너진 생계의 한계상황을 보면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의 방역 목표는 확진자·사망자 수를 억제하고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는 것이다. 방역 성과 지표와 제약 조건이 정해져 있고 경제와 일상을 그 틀에 맞추는 구조다. 코로나 걱정 없는 일상이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는데 방역 먼저, 경제 나중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의 방역 목표가 적절한지, 방역과 의료적 대응역량을 강화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등 방역 효과와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한 핀셋 분석을 해야 한다.
학원은 왕성히 영업하는데 학교는 문을 닫고, 동네 밥집은 식탁을 치워야 하는데 빼곡히 모여 앉은 집회는 허용되는 방역의 유효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방역과 경제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다. 방역 없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고 또 무의미하지만 비용과 열매가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면에서 경제만능주의만큼 방역만능주의도 위험하다. 이물질을 품은 조개가 진주를 빚어내듯 코로나를 품은 우리 경제와 일상의 패러다임의 전환적 균형점을 고민해야 할 때다.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