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200명대를 기록하면서 일상 속 감염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침이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과 집회 현장에서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됐다. 일상이 마비되는 수준의 ‘2.5단계 거리두기’까지 경험했던 시민들 사이에선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개인의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 및 방역당국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과태료 방침이 시행된 첫 주말인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대형쇼핑몰 지하 푸드코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취식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불편함 등을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근 다른 카페에서도 10명 남짓한 손님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마스크를 썼더라도 턱에 걸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자명부(QR코드) 작성 등 명부 관리도 다소 느슨하게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대형쇼핑몰에는 입구에 QR코드 인식기와 수기명부가 비치돼 있을 뿐 손님이 이를 작성하지 않고 입장해도 제지하는 직원은 없었다. 영등포구의 다른 패스트푸드점에도 명부 작성을 안내하는 직원이 없어 일부 손님만이 QR코드를 자발적으로 찍을 뿐이었다.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지도 않았다.
집회·시위에서도 일부 우려되는 장면이 보였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는 ‘낙태죄 전면 폐지 집회’와 ‘반페미니스트 집회’ 2건이 20여m 정도 간격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렸다. 일부 참가자가 집회가 시작되기 전 트럭에 달린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기 시작해 경찰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자 일부는 마스크를 벗은 채 경찰을 향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냐”며 큰소리로 항의하기도 했다.
집회와 행진은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가자 간 간격을 두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이뤄졌으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인근을 지나던 김모(29)씨는 “일부 집회 참가자가 마이크를 통해 말할 때 마스크를 벗고 말하는 모습도 보여 위험해 보인다”며 “광복절 집회 때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모두가 큰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집회 참가자들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3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과태료 부과 등 한층 강화된 방역조치가 시행 중이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일상 속 곳곳에 도사린 감염 가능성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장모(30·여)씨는 “세 돌 된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지난 6일 온 가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돼 한동안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며 “최근 확산세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등 보다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내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신모(30·여)씨는 “민원이 너무 많아 재택근무는 꿈도 못 꾸고, 직원들은 거리낌 없이 매일 함께 모여서 식사하고 얘기하고 있다”며 “고통스러웠던 높은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발적인 지침준수와 방역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애 정현수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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