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면서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국내 1·2위 항공사의 합병이 걸린 ‘빅딜’인 만큼 인수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정부와 금융권,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6일 열리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한진그룹의 인수를 포함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방안이 논의된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도 16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한 뒤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의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뒤 정상화 방안을 검토해왔다.
빅딜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회생 불가능한 회사에 혈세를 붓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시장의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합병을 불허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22.9%, 아시아나는 19.3%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 저가항공사(LCC)의 점유율을 더하면 총 62.5%가 된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인수 반대 의견도 변수다. KCGI 주주연합은 이날 “산은의 한진칼 제3자 배정 증자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뜻을 밝힌다”며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합병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에 따른 내부 반발도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조종사 및 직원 등으로 구성된 양사 6개 노조는 조만간 모여 대책 마련에 나선다. 이들 노조는 사측에 인수 관련 정보 공유, 인수 절차 참여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시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국제 여객수송 인원수 등을 기준으로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10위권으로 올라선다. 국제 화물 수송량으로 따지면 카타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 등에 이어 3위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 항공기는 243대(대한항공 164대·아시아나 79대)가 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