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관세 장벽 낮아져… 자동차·가전 ‘맑음’ 농수산물 ‘희비’

입력 2020-11-16 04:02

한국이 15일 최종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수혜 품목으로는 자동차가 첫손에 꼽힌다. 최대 40%에 이르는 14개국의 관세 장벽이 점진적으로 낮아진다. 가전이나 ‘K방역’으로 주목받는 세정용품 역시 관세 인하로 수출에 날개를 단다.

다만 농수산물 일부 품목의 ‘콜래트럴 대미지(부수적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아세안(ASEAN) 주력 품목인 열대 과일이 한국 시장에 무관세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0% 관세를 유지해 온 레몬이 대표적이다. 일본산 원양 수산물도 관세 장벽 완화와 함께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지만 민감 산업군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RCEP 효과가 돋보이는 이유는 관세 철폐 품목 확대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을 제외한 13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관세 철폐율(전체 품목 중 관세를 철폐한 품목 비율)이 높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79.1~89.4% 수준인 한-아세안 FTA의 관세 철폐율과 같은 경우 RCEP으로 인해 91.9~94.5%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일본과의 FTA 역시 의미가 크다. 전체 품목 중 83%대 품목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0%까지 내려간다. 양국 교류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대부분에 수혜가 미친다. 특히 그중에서도 자동차 관련 품목이 눈에 띈다. 화물용 자동차와 같은 경우 앞선 FTA에도 장벽이 높았다. 태국의 경우 40%의 관세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RCEP이 발효되면 이 장벽이 낮아진다. 최대 30%의 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승용차도 마찬가지로 수혜를 입는다. 또한 에어백 등 주요 자동차 부품의 관세 장벽이 현행 10~30%에서 0%로 떨어진다. 자동차에 쓰이는 철강 분야에도 온기가 미칠 수 있다.

가전도 수혜주로 꼽힌다. 최대 25~30% 수준인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냉방기의 관세 장벽이 허물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 한국산 세정용품도 관세 인하 바람을 탄다. 세정용품의 경우 최대 20%인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금액은 크지 않지만 틈새 증가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FTA 효과도 두드러진다. 전체 품목으로 보면 83% 수준이지만 민감 품목인 자동차와 기계 분야 소재·부품·장비는 관세를 낮추는 양허 대상 품목에서 빠졌다. 한국 입장에서는 온라인 게임 관련 관세 철폐로 일본 시장 공략의 기회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수산 품목은 희비가 엇갈린다. 일단 쌀·새우 등 민감 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과 등 신선 농산물의 관세 인하나 최대 10%인 수산물 통조림 관세 인하도 수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열대 과일이 무관세로 들어오게 됐다. 현재 30% 수준인 레몬과 망고스틴, 파파야, 구아버 등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일본산 맥주·청주의 관세율도 낮춘다. 호주산 소시지 껍질 역시 마찬가지다.

수산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산 민대구필렛이나 이빨고기 등의 관세가 내려간다. 경쟁·대체 품목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4개국 평균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58.5%로 앞선 FTA 평균(72.0%)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