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거래소 이사장, 보험단체장 직행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입력 2020-11-16 04:03

정지원(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손해보험협회장 선임 과정을 놓고 주요 금융단체장 자리를 교통정리하듯 고위 금융관료 출신에게 안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일종의 차례를 정하는 사이 해당 기관은 수장 공백을 애써 감수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손보협회 임시총회에서 신임 협회장으로 최종 선임된 정 이사장은 공식 임기 만료 15일 만인 16일 퇴임식을 갖는다. 손보협회장 임기는 다음 달 21일부터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후임 선정이 끝날 때까지 공석으로 남는다.

결과적으로 이번 손보협회장 선임이나 후임 거래소 이사장 공모 일정은 모두 정 이사장에게 맞춰 진행됐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손보협회 회장추천위원회는 정 이사장의 공식 임기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 2일 3차 회의를 열어 정 이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하며 사실상 내정했다. 정 이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시점도 영업일 기준으로 손보협회장 최종 승인(금요일) 다음 날(월요일)이다.

거래소가 새 이사장 공모에 들어간 건 정 이사장의 자리 이동 절차가 마무리된 13일이다. 정 이사장의 공식 임기 만료일(이달 1일)이 열흘 넘게 지나도록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보통은 기관장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후임자 물색에 나서지만 거래소는 정 이사장의 다음 행선지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줬다. 손보협회는 ‘정 이사장 모시기’에, 거래소는 ‘정 이사장 보내드리기’에 일정을 맞췄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각종 절차를 고려하면 새 거래소 이사장 선임까지는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이사장은 당초 손보협회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아니었다. 손보협회 회추위가 지난달 27일 2차 회의에서 정 이사장을 5명의 후보군에 포함했을 때 금융권에서는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이 대체적이었다. 가장한 유력한 후보였던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은 다음 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정 이사장은 형식상 투표를 통해 손보협회장에 선임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나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국이 내부 고위직 인사에 맞춰 유관기관장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차기 거래소 이사장으로 거론되던 도규상 전 경제정책비서관이 신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된 게 지난 1일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도 부위원장 취임과 함께 퇴임한 손병두 전 부위원장의 거래소 이사장 낙점설이 공신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