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와 세계적인 디자이너 질 샌더의 협업 컬렉션 ‘+J’가 ‘일본 불매운동’을 재소환했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무색하게 유니클로 매장에 인파가 몰리면서다. 불매운동은 잦아든 것일까,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15일 주요 일본 브랜드의 국내 매출 현황 등을 살펴본 결과 매출이 급감해 사업을 철수하거나 적자 탓에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불매운동이 실제 타격으로 나타난 기업들이 있었다. 반면 닌텐도처럼 오히려 매출이 상승한 곳도 있었다. 지난 13일 ‘+J’ 출시로 유니클로 매장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30분 만에 완판된 것에 비춰 보면 불매운동을 견고하게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었던 유니클로, 아사히주류, DHC, 무인양품, 데상트코리아 등은 매출이 급감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9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3% 줄었고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뚝 떨어지면서 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 GU는 한국 진출 1년8개월 만에 전면 철수했다.
의류 브랜드 데상트코리아는 주니어 브랜드의 단독매장을 철수해 불매운동 등에 의한 타격을 상쇄키로 했다. 데상트코리아의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의 단독매장 47곳 영업을 중단하고 데상트 일반 매장에서 통합 운영한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입점한 매장은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데상트코리아는 매출 6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고 영업이익은 87% 감소했다.
무인양품도 불매운동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 적자를 봤다. 무인양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3.4% 감소해 7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일본 DHC 대표의 ‘혐한 발언’으로 DHC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주요 판매처였던 올리브영, 롭스 등에서 판매가 중단됐고 온라인에서도 온라인몰과 직구 등을 통해서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타격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 곳도 있다. 아사히주류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12월 근로계약이 만료되는 계약직 영업사원에게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지난 5월 말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인력 감축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적잖은 규모로 알려졌다. 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줄었고 영업이익은 19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사히주류의 구조조정으로 일각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일본 기업에 타격을 입힌 것보다 국내 임직원들에게 치명타를 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불매운동의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 맥주 대체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사히주류를 비롯한 일본 맥주 수입사는 재기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불매운동 대상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올해 실적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대체품이 마땅치 않은 경우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 3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론칭한 닌텐도는 상반기 기준 닌텐도 스위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