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RCEP 최종 서명… “자유무역 수호… 역사적 순간”

입력 2020-11-16 04:03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식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서명된 협정문을 펼쳐보이자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한·중·일과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ASEAN) 등 모두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했다. RCEP은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30%에 해당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이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경우 미·중 사이의 이른바 ‘균형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RCEP 정상회의 및 서명식에서 “코로나의 도전과 보호무역 확산, 다자체제의 위기 앞에서 젊고 역동적인 아세안이 중심이 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됐다”며 “우리는 자유무역의 가치 수호를 행동으로 옮겼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존경하는 정상 여러분, 역사적 순간입니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 등 15개국 정상은 RCEP의 의미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으로서 RCEP이 전 세계 무역 및 투자규칙의 이상적인 틀 구축을 향한 중요한 진전의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RCEP은 세계 인구의 약 30%인 22억6000만명, 전 세계 GDP의 약 30%에 이르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포괄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메가 FTA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만 2012년부터 협상에 참여해 왔던 인도는 무역수지 악화 우려 등을 이유로 이번 서명에서 빠졌다. 정상들은 “RCEP은 인도에 지속 개방돼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고 했다.

RCEP 서명은 한국 경제에 획기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기대다. RCEP 출범으로 가입국 사이에서 관세 장벽이 낮아지고 지적재산권 보호 등 체계적인 무역·투자 시스템이 확립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무역과 투자 확대의 새로운 틀이 마련된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의 복귀 가능성이 큰 TPP와 중국 영향이 큰 RCEP의 관계가 미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호무역’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TPP는 일본과 호주가 중심이 된 ‘점진적·포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전환된 상태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TPP에서 우리(미국)가 탈퇴하면서 세계를 위한 무역 규칙을 중국이 쓰는 일이 일어났다”며 복귀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RCEP의 경우 아세안이 협상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 중국이 미·중 갈등 속 RCEP 타결에 힘을 실어온 것도 사실이다. 미국 주도의 TPP가 부활하게 되면 미·중 간 무역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한국이 그 한가운데에 끼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런 지적을 적극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CPTPP와 RCEP은 대립이나 대결적 관계가 아니고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우리는 미·중 대결 관점이 아니라 다자주의에 입각한 역내 자유무역 질서를 확대하는 취지에서 RCEP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CPTPP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지금 결정한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 7개국은 RCEP과 CPTPP에 모두 가입돼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