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첫 여성 단장… ‘유리천장’ 깼다

입력 2020-11-16 04:02
AP뉴시스

중국계 미국인 여성 킴 응(51·사진)이 공고한 백인 남성 중심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유리천장을 깼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의 차기 단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여성이 구단의 총책임 자리에 오른 것은 MLB뿐만 아니라 북미 남성 스포츠 구단 역사상 최초다.

MLB 사무국 수석부사장이던 응 신임 단장은 성명을 내고 “처음 업계에 들어왔을 때 여성이 메이저리그팀을 이끈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끈질기게 목표를 추구했다”며 “이번 도전은 내게 가볍지 않다”고 각오를 다졌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도 “모든 프로스포츠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라며 “야구와 소프트볼을 사랑하는 수백만명의 여성에게 소중한 본보기”라고 축하했다.

대학에서 소프트볼 선수로 활약한 응은 199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인턴으로 MLB 프런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8년 만에 명문 뉴욕 양키스에서 부단장직에 올랐다. 그의 나이 29살 때였다. 응이 부단장직을 맡는 동안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3연패(1998~2000)의 쾌거를 거뒀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LA 다저스 부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1년부터 MLB 사무국 운영 부문에서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다.

응이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서 이뤄낸 성과는 척박한 MLB 환경을 보면 더욱 놀랍다. 센트럴플로리다대 스포츠다양성윤리연구소에 따르면 MLB 산하 30개 구단의 500명 부단장 직급 중 여성 유색인종은 단 4%(19명)뿐이다. 게다가 2020시즌 초반 기준으로 MLB 구단 단장직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고 유색인종도 단 4명뿐이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선수 중 약 40%가 유색인종 선수들로 구성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응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단장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05년 다저스를 시작으로 최소 7개 구단과 단장직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댄 에번스 전 다저스 단장은 “15년 전부터 응은 단장에 가장 적합한 후보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20여년 전 양키스에서 선수로서 응과 함께한 데릭 지터가 마이매미의 구단주 겸 대표(CEO)가 된 후에야 응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지터 대표는 “야구에 대한 응의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마이애미에 무엇을 가져올지 기대된다”며 “그의 리더십은 우리가 지속적인 성공을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