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3억’ 막은 국회, 다른 稅法도 잇단 제동거나

입력 2020-11-16 04:01

‘대주주 과세’ 확대를 막은 국회가 다른 세법에도 줄줄이 제동을 걸 태세다. 정부를 지원해야 할 여당조차 여론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자세여서 개정안 통과에 난관이 예상된다.

국회는 지난 10일부터 ‘2020년 세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다. 정부가 7월에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약 200개의 안이 있다. 올해 세법 개정 사안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시행될 주식 대주주 요건 확대는 사실상 유예됐다. 여야 모두 대주주 기준 3억원 하향 조정에 반대함에 따라 당정청은 과세 확대를 미루기로 했다.

국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세법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1인 법인, 가족 법인 등을 만들어 높은 소득세율을 피하는 ‘개인유사법인’에 대한 과세 제도를 내놨다. 개인사업자들이 ‘무늬만 법인’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고, 배당에도 소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반발하자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2020년 세법 개정 토론회’에서 “법인 활용 조세회피를 막고자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취지는 알겠으나 우리나라 대부분 중소기업은 가족 관계로 엮여 있고, 초과 유보 소득이 융자 등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제표 장부상에 있는 것이라는 호소가 있는 만큼 종합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조합법인 과세특례’ 배제안도 마찬가지다. 조합법인 과세특례는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 등 단위조합법인에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그런데 조합법인 규모가 갈수록 커지자 정부가 매출액 1000억원 또는 자산 5000억원 초과 법인인 경우 세제혜택 축소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을 중심으로 농어촌 민심을 의식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심지어 당청이 주도한 소득세 최고세율 3% 포인트 인상에 대해서도 여당 내 반발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통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올리기로 한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이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대해 민심 이반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득세 인상 심의에 들어가자 신중한 대처를 촉구한 여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상대적으로 여당의 세법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개정안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국회 조세소위에서 야당에는 유경준, 윤희숙, 추경호 등 국책연구기관과 부처 출신 의원들이 있는 반면 여당에는 두드러진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조세소위에서 야당의 비판을 여당이 적극 방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요 세법은 당 지도부 합의 사안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