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영끌도 막냐” 무주택자들 신용대출 규제 패닉

입력 2020-11-16 00:03
새 임대차법 시행 여파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종로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실거주용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던 직장인 A씨(31)는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소식을 듣고 ‘패닉’에 빠졌다. A씨는 아파트 매수를 위해 신용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으려 했으나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이 회수되기 때문이다. A씨는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인데 무주택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집을 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고액 신용대출을 차단하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금융 규제로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무주택자들의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을 활용한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수년 안에 집을 살 계획이었던 직장인 B씨(30)도 “남들이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으로 ‘영끌’할 때 못한 게 잘못이었나 보다”며 “내 대출은 내가 알아서 갚겠다는데 이렇게 강도 높게 규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생애 최초로 서울의 아파트를 마련한 C씨(30)는 “집 살 당시 보금자리론 3억원 등으로는 모자라서 신용대출을 일부 받았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무작정 자금 융통부터 막겠다는 발상이 적절한 것이냐”며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는 오는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 1억원 넘게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뒤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2주 안에 회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조치는 신용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대출은 지난달 3조9000억원가량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6.6%나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부동산시장 유입은 위험 요소”라며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도 7%를 넘어선 만큼 현시점에선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올려놓고 나서 정작 서민들이 이용할 대출을 막아버린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정책으로는 집값이 안 잡히자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관련 금융 규제를 연이어 내놓는 것”이라면서 “고소득·고신용자들은 다른 대출 경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취약 계층들만 전보다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