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21)이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왕관을 썼다. 이미 확정한 대상 3연패에서 ‘무관’의 꼬리표를 뗐고, 데뷔 후 매 시즌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홀컵 바로 앞에 붙인 올 시즌 마지막 퍼트에 성공한 뒤 희열과 안도가 교차하는 웃음을 지었고, 우승 소감을 밝힐 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혜진은 15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6747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해 단독 2위 유해란(19)을 1타 차이로 따돌리고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최혜진의 올 시즌 첫승. 2018년 투어에 데뷔한 뒤 세 시즌째에 수확한 개인 통산 8승이다. 이미 1위를 확정한 올 시즌 대상 포인트는 70점을 추가한 499점으로 방점을 찍었다. 앞선 두 시즌에서 대상 포인트 500점 이상을 수확했지만, 올 시즌에는 수많은 ‘톱10’ 완주에도 우승을 한 차례만 거둔 탓에 400점대에서 포인트 랭킹 선두를 확정했다.
500점에서 1점이 부족한 대상 포인트만큼이나 최혜진의 올 시즌은 아쉬움이 많았다. 출전한 17개 대회 가운데 공인된 16개 대회에서 14차례나 10위권 안에 들 만큼 일정한 기량을 펼쳤지만 유독 우승의 외면을 받았다. 최혜진의 ‘톱10 피니시율’(10위권 완주 비율)은 87.5%. 이 부문 2위인 김효주(25)의 61.5%보다 26%포인트나 높다.
우승은 시즌 마지막 순간에야 찾아왔다. 올 시즌의 대미를 장식한 이날 최종 3라운드 5번 홀(파5)에서 약 65m 거리의 샷이글을 잡아 기세를 탔고, 18번 홀(파4)에서 3m짜리 버디 퍼트를 홀컵 바로 앞에 붙인 뒤 마지막 파 퍼트로 ‘위닝샷’을 완성했다.
마지막 퍼트를 끝내고 만감이 교차한 표정으로 홀아웃하는 최혜진에게 동료들은 눈꽃 스프레이를 뿌리며 축하했다. 시즌 내내 덤덤했던 최혜진도 이날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뒤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눈물이 날 만큼 (우승이) 간절했다”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옷소매로 눈물을 훔친 최혜진은 “샷이 전반적으로 좋아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이날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공동 3위가 됐다. 그 결과로 상금왕(7억9713만7207원)과 최저 타수(69.57타)·퍼팅(29.17타) 부문 1위를 확정했다. 올 시즌 7억원대 상금과 평균 타수 60타대에 도달한 선수는 김효주뿐이다.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활약했던 김효주는 올해 KLPGA 투어에 출전해 2승을 쌓았다. 유해란은 신인왕(1972점)을 확정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